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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폐지' 전격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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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폐지' 전격합의 의미

입력
200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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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치권의 지구당 폐지 합의는 정당구조와 선거 풍토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구당은 1962년 정당법 제정 이래 40여년간 정당과 선거를 떠받쳐온 기본 단위였기 때문이다.지구당이 폐지돼 상근 조직이 없어지고, 중앙당과의 연락과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연락사무소가 이를 대체하면 조직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구당의 한달 운영비가 최소 2,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구당 폐지로 절감되는 비용은 실로 막대하다. 이와 함께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지구당 조직을 통한 금품 살포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이완구 의원은 "지구당에 들어가는 돈의 부담에 늘 짓눌려왔다"며 "지구당 폐지를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도 "후원회에서 모은 돈의 3분의2가 지구당 활동비로 쓰인다"며 "폐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구당 폐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당 폐지는 미국식 원내 정당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지구당이 폐지되면 전국의 지구당 관리가 주업무중 하나인 중앙당도 슬림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부분 정당활동이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또 지구당 조직을 통한 의원의 평시 지역관리가 어렵게 돼 정치 신인의 활동 공간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당이 현행 소선거구제에 어울리는 제도라는 점에서 지구당 폐지는 중대선거구로의 선거구제 개편논의를 활성화하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자민련은 지구당 폐지를 고리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문제는 '돈 안쓰는 정치'의 실현이라는 지구당 폐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뒷받침되느냐의 여부다. 상당수 의원들은 지구당이 사라질 경우 불법 사조직이 기승을 부려 전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지구당 대신 지역발전연구소나 연락사무소 같은 편법이 동원될 것"이라며 "지구당을 통한 주민접촉을 막는 것은 대의정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지구당 대신 수십 개의 사조직이 생겨 돈이 더 들 수 있다"며 "지구당이 없어진다 해도 지역구내 경조사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사설 사무소 설치와 사조직 육성 등 부작용에 대비, 선거법과 정당법의 규제조항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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