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5일 조선시대 세종대왕 치세의 기반을 닦은 태종을 거론하며 "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 보니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원로지식인 13명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새 시대의 첫차가 아니라 구시대의 막차가 될 수도 있지만 새 시대로 안내하는 다리가 되겠다"며 "구태와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서 후배들이 다시는 흙탕길을 걷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 속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태종의 사례를 든 것에 비춰 '개혁의 방향 조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선자금 수사가 이뤄지자 정치개혁의 방향을 '구시대 청산'쪽으로 좀더 정밀 조준하기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참석자들이 최근 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들어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며 "감정적 요소를 누그러뜨리고 합리적 긴장관계로 갈 수 있을 만큼 각자의 위상이 정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동아·세계·조선·중앙·한국일보 편집국장단과의 만찬에서는 "서로가 존중하고 이해를 높이자"며 "국민에게 용기, 자신감, 희망을 주는 정부와 언론이 되는 데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고 말해 언론관에 변화가 있음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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