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수능시험이 끝났다. 지난해 학부형으로 아이와 함께 그 시험을 치렀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음 한 구석이 빈 들판처럼 싸해져 오는 느낌 하나가 있다.지금 저 아이들의 나이 때, 정말 무던히도 부모님 속을 썩여드렸다. 고등학교도 중간에 때려치우고 대관령에 올라가 이태간 농사도 지었다. 어떻게 보면 일찍 세상에 눈뜬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대책 없는 비행청소년이기도 한 셈이었다.
그런 어느날, 그런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독백이자 나무람이자 용서이자 격려이기도 한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다시 마음 잡던 날의 일이 떠오른다.
어디서 술을 한잔하고 들어온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너도 크느라고 고생이다. 몸도 크고 마음도 크느라 여간 고생이 아니다. 그래, 얼른얼른 커서 그 고생 집어 던져라."
그 말 한마디에 그간의 방황과 집 밖으로 돎, 모든 것을 다 용서 받고 위로 받는 것 같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오늘 저녁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자. 크느라고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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