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볕 좋은 날 오후,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오늘 날씨가 아침부터 참 좋더라. 들일도 다 끝나고 해서, 오늘은 내가 마음먹고 이 다음에 아버지하고 내가 입고 가라고 느들이 해준 옷을 꺼내 마당 한구석에 자리를 펼쳐놓고 거풍(擧風)을 시키고 있다. 볕은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지. 그동안 장롱에서 축 가라앉아 있던 것이 이렇게 펼쳐놓으니 올올이 일어서는 게, 손으로 쓰다듬어도 까끌까끌한 게 여간 좋지 않아. 모든 게 이렇게 잘 준비가 되었구나, 싶으니 마음도 여간 흐뭇하지 않고. 그래서 누구한테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데, 자랑하고 싶은 데가 없어서 내가 지금 니한테 이다음에 내가 입고 갈 옷 쓰다듬으며 전화를 한다."
어린 시절 마당가에 수의를 펼쳐놓고 쓰다듬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랬고, 지금 어머니의 모습이 그렇다. 나는 갑자기 슬퍼지고 서러워지는데, 어머니는 베가 좋다고, 옷이 좋다고 자랑처럼 내게 그런 전화를 하신다.
전화를 받고 나서 나는 건넌방에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 다음 나도 어머니처럼 저렇게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그런 전화를 할 수 있을까? 그러자면 이 가을은 또 얼마나 지나가야 할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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