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남저수지에선 떠나간 철새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 곳에는 인간의 생존과 철새의 생존 중에서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하느냐를 두고 적지 않은 마찰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창원시는 주남저수지 철새탐방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올해 초 생태학습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시는 당초 2005년까지 저수지 곳곳에 조류 관찰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각종 탐조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었습니다. 주남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탐방객들이 많아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사례가 늘자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시는 연말에 생태학습장을 개장키로 하고 마무리공사를 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이 곳에 생태학습장이 들어서면 알게 모르게 받아온 재산권침해가 더욱 심해지라고 우려합니다. 새의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입니다. 주민들은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조차 마음대로 전용하지 못해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용된 농지에는 어김없이 공장과 축사가 들어섰고, 이 곳에서 유출되는 소음과 악취로 인해 주남의 환경은 점차 악화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주남저수지를 찾은 날도 인근 퇴비공장의 소음이 너무 심해 귀가 멍멍할 정도였습니다. 철새도래지로서의 주남의 명성이 퇴색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주남의 모습은 변하고 있습니다. 축사와 공장이 들어서면서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저수지의 공간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남저수지를 방문하는 목적이 뭘까요. 회귀본능이 강한 철새들의 삶을 엿보면서 오묘한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신비을 느끼고 즐거움과 희망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 차지하는 면적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철새들만의 공간까지 넘보는 것은 욕심이 아닌가 합니다. 그들을 내쫓는다면 결국 우리도 자연에 의해 버림받을 수 있다는 생각, 지나친 비약은 아니겠지요.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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