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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촘촘히 먹물 뿌린듯 한폭의 "하늘 수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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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촘촘히 먹물 뿌린듯 한폭의 "하늘 수묵화"

입력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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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깔릴 무렵 한 무리의 가창오리 떼가 수면을 지치며 날아오른다. 또 다른 무리들이 화답하듯 끼룩끼룩 소리를 치며 뒤따라 비상한다. 노을이 지는 하늘과 드넓은 들판은 새떼들로 새까맣게 물든다. 창공을 뒤덮은 가창오리떼는 새까만 점들의 소용돌이처럼 군무를 펼치며 일대 장관을 이룬다. 충남 서산 해안과 안면도 사이에 형성된 좁고 긴 천수만. 동북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꼽히는 이 곳에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 철새들이 무더기로 찾아들었다. 이에 맞춰 서산시는 이달 말까지 간월도 주변에서 천수만 철새기행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두번째 맞는 행사로 지난해에는 7만5,000여명의 관광객이 천수만을 다녀갔다.천수만에 오는 철새들은 대략 70여종 40여만마리. 대부분은 가창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와 큰기러기 등 기러기류들이다. 이들은 시베리아와 몽골 일대에서 서식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특히 가창오리는 30여만마리에 이르는 전세계 개체 중 95%가 이곳을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 40㎝ 정도에 몸 전체가 어두운갈색빛인 가창오리는 머리에 태극무늬가 있어서 북한에선 태극오리라고도 불리는 새. '멸종위기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수록돼 전세계적으로 보호받는 철새다. 11월에 천수만에서 가장 많은 무리를 볼 수 있고, 날씨가 추워지고 먹이가 떨어지면 해남 고천암호, 금강 하구 등으로 이동한다.

동틀 무렵과 해질 무렵 가창오리떼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올라 펼치는 군무는 황홀함 그 자체다. 천수만에서는 또 세계적 희귀조인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 등도 만날 수 있다.

천수만이 겨울철새 도래지로 변한 것은 이 일대가 농경지로 간척되면서부터. 현대건설이 1980년대부터 천수만 일대를 간척해 1만5,500ha의 농지와 간월호와 부남호 등 2개의 담수호가 조성됐다. 특히 천수만 서산 농경지는 대규모 기계농이 이뤄져 낙곡이 더욱 많았고, 일반인의 출입도 제한돼 철새들에겐 천혜의 휴식처가 됐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2000년부터 농경지를 일반인에게 매각하면서 철새 서식환경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해부터 주변 농경지 소유주들에게 농약사용을 자제하고 낙곡을 남겨놓는 대신 그 손실액을 보전해주기로 하는 등 철새보호에 발벗고 나섰다. 서산시도 농민들의 협조를 얻어 겨울동안 논밭을 갈아엎지 않고 물을 담아두는 '무논' 1만여평을 만들었다. 철새들에게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철새기행전 추진위원인 김현태(35) 서산여고 교사는 "주변농민들이 볏짚까지 모두 가져가 낙곡이 없어지는 등 철새 서식 환경이 1∼2년 사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철새 도래지 보호를 위해 주민들과 관청 등 모두가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 철새기행전

충남 서산시 간월도 주변에서 펼쳐지는 '천수만철새기행전'의 하이라이트는 철새 탐조투어. 일반 차량의 출입은 제한되며 45인승 탐조 전용버스만 천수만 주변 간척지 일대를 운행한다. 탐조버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며, 탐조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5,000원. 또 간월도 주행사장에 조성된 천수만 생태관에는 사진전, 환경그림전, 철새 영상전 등이 펼쳐진다. 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 (041-669-7744)

/천수만(서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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