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동 일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의 전학이 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저학년의 2배 이상이다.' 얼마 전 한국의 언론에 보도됐던 교육 관련 기사이다. 주거지에 따라 초등학교는 '어쩔 수 없이' 정해졌지만, 중학교 이상은 이른바 '명문 학군'에 보내겠다는 부모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이다.미국도 최근 학교 선택 문제가 교육계의 핫 이슈로 부각되고있다. 한국처럼 특정지역 특정학군에 집중되지는 않지만 좀 더 나은 학군과 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학교선택 방법은 크게 사립학교 진학과 좋은 학군 이사 등 2가지로 요약된다. 아메리칸대 교육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한 조사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워싱턴과 버지니아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의 학부모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학교 선택' 설문에서 45%가 거주지 선택을 통해 학교를 고른다고 밝혔다. 반면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대답은 10% 수준에 머물렀다. 학교 선택이 사립학교 진학보다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흥 명문 학군으로 뜨고있는 버지니아의 맥클린과 페어팩스 지역 초·중학교의 경우 최근 2∼3년 사이 전학생이 20% 가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주 정부는 파악하고있다. 페어팩스 교육청 관계자는 "버지니아의 다른 지역은 물론 인근 펜실베니아와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등 4∼5시간 거리에서도 전학을 많이 오고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좋은 학군이란 어떤 곳을 말할까. 현지 교육전문가들은 학부모의 참여도가 눈에 띄게 높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우수해 좋은 대학 또는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률이 높은 곳을 좋은 학군으로 정의한다. 좋은 학군이 갖춰야 할 조건도 있다. 예산이 풍부하고 시설도 잘 구비돼야 하며 교사 처우가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좋아야 한다. 예산은 주민의 세금에서 나오는데, 롱아일랜드 등 뉴욕 근교 일부 학군은 가구당 1년 교육세가 무려 1만달러 가까이 되는 곳도 있다.
사실 이같은 이유로 그동안 미국의 학교 선택은 중·상류층에게만 한정된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발효된 부시 정부의 새 교육법안(No Child Left Behind·뒤처지는 학생은 없다)은 하류층에게도 학교 선택의 폭을 대폭 넓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법안의 내용 중 '학교 선택 강화' 부분 때문이다. 공립학교가 주 정부의 성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학교 학생들은 학군 내에서 다른 공립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교통편까지 제공받는다. 또 학교가 5년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주 정부가 직접 민간에게 위탁하거나 협약학교로 전환, 학교 경영진을 전원 교체할 수 있다.
법안 시행은 당장 학교 선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뉴욕만 하더라도 지난달 주 정부가 제시한 성적 기준에 미달한 315개 초·중·고교에서 8,000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좋은 학군으로의 전학을 신청했다.
사립학교에는 보낼 형편이 안되고, 그렇다고 교육환경이 우수한 곳으로 이사할 처지도 못되는 하류층 주민들은 법안 발효를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내용의 법안 입법이 추진된다면 어떻게 될까.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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