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세계 TV 시장에는 '빅뱅'이 일어났다. RCA 브랜드로 유명한 프랑스 톰슨과 중국 2위의 TV업체 TCL이 TV 사업부를 합병, 연 매출 35억 달러 규모의 공룡기업을 만드는데 합의한 것이다.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의 가전명가로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온 톰슨과 값싼 노동력과 광활한 중국 시장을 가진 TCL의 만남은 세계 TV 시장을 뒤흔드는 지진이나 다름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IT업계에 '디지털 빅뱅'이 시작됐다. 영역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제휴 대상이 넓어진 데다 그 파급효과를 쉽사리 점치기 힘든 최근의 글로벌 기업간 전략적 제휴의 특징은 무엇일까.
영역을 뛰어넘는 짝짓기
세계 IT 및 전자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짝짓기' 열풍의 가장 큰 특징은 떠오르는 신시장을 겨냥해 고유영역의 벽을 뛰어넘는 이종(異種) 기업간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 진출을 선언한 PC업체 델은 LG전자를 통해 LCD TV를 공급 받기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휴대폰 업체인 모토로라도 홍콩의 패널 제조업체 프로뷰인터내셔널홀딩스와 협력관계를 통해 디지털TV 시장에 진출한다.
냅스터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미국 온라인 음악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의 월트디즈니사와 제휴를 통해 셋톱박스를 공급키로 했다.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전자가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반증.
중국기업의 부상
2000년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기업이 전략적 제휴의 인기 파트너로 떠오른 것도 특징. 톰슨과 TV 사업부를 합병한 중국의 TCL은 인텔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디지털 TV, 첨단 휴대폰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중국 최대의 백색가전업체 하이얼은 일본의 산요와 합작한 산요하이얼을 통해 중국과 일본에서 가전제품을 상호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의 파운드리 반도체업체SMIC는 인피니온과 제휴를 맺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적과의 동침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던 강자끼리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형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적과 아군의 개념이 사라진 강자간 연합을 통해 후발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의 소니와 LCD TV 합작사를 설립한데 이어 일본의 도시바와 광저장기기 분야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또 홈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소니를 비롯한 세계 16개 선도업체가 표준화를 위한 기구를 설립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로 다른 영역이 결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전략적 제휴는 기업 생존방식의 하나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2, 3년 후 '디지털 빅뱅'의 결과에 따라 업체간 순위가 뒤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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