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은 3월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반격하지 말도록 명령했다. 이것은 그가 미국의 초기 지상작전을 기만전술로 오판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전쟁 전 러시아 프랑스와의 접촉을 통해 지상전을 피하거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바그다드 함락 뒤인 4월24일 미군에 투항한 타리크 아지즈(사진) 전 이라크 부총리에 대한 미군의 심문 내용이 공개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3일 미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아지즈는 전쟁 발발 전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그의 진술은 지금까지 미 당국의 심문을 받았던 다른 이라크 전직 고위 관리의 말과 일치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후세인은 장거리 미사일 보유를 금한 1999년의 유엔 결의 687호를 놓고 아지즈와 해석상의 이견을 보였다. 아지즈는 유엔 결의가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15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한 반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에만 사정거리 제한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아지즈는 후세인 정권에서 90년대 초 대변인과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올 초 전쟁이 발발하기 전 후세인과 점차 소원해졌다. 미 조사관들은 아지즈가 속임수에 강하고 기회주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며 심문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관들은 특히 그가 전쟁 전 러시아와 프랑스 특사가 후세인과 접촉했다고 진술한 것은 미국과 프랑스간의 반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전직 고위 관리를 심문하는 미 당국의 관심은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에 집중돼 있다. 이밖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면 왜 후세인이 미국의 의혹을 불식시킬 제스처를 하지 않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지즈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후세인은 주변 아랍국에 대한 위신이 손상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후세인이 게릴라전을 펼치기 위해 바그다드를 전략적으로 포기했는지도 조사하고 있지만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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