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은 매년 11월5일을 가이포크스데이라고 부르며 기념한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에 일어난 화약음모사건(Gunpowder Plot)의 행동대장이다. 화약음모사건은 국왕 제임스1세의 종교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일부 가톨릭 교도들이 의사당을 폭파하고 제임스1세와 그의 가족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일을 가리킨다. 왕권신수설의 주창자였던 제임스1세는 영국교회를 절대주의의 버팀목으로 삼으며 청교도와 가톨릭교도를 탄압하고 있었다.화약음모는 한 해 전인 1604년부터 진행됐다. 음모의 주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토머스 퍼시는 의사당 건물의 지하실 하나를 빌려서 36통의 화약을 장작과 함께 숨겨두었다. 거사 날짜가 11월5일로 잡힌 것은 그 날 제임스1세가 의회에서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얼마 전, 몬티글 의원에게 11월5일에는 의회에 출석하지 말라는 발신인 미상의 편지가 배달됐다. 몬티글은 가까운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탐문 끝에 이내 화약음모가 드러났다. 행동대장 가이 포크스는 11월5일 의사당 지하실로 잠입하다 체포됐다. 그는 이듬해 1월31일 처형됐다. 체포된 뒤 받은 고문으로 포크스의 몸은 만신창이가 돼, 그는 간수의 도움을 받아서야 겨우 교수대에 목을 들이밀 수 있었다.
화약음모에 연루된 다른 가톨릭 신자들도 모두 체포돼 투옥되거나 처형됐다. 당시 영국 제수이트교단의 지도자였던 헨리 가넷도, 비록 음모에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이 일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고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됐다. 화약음모에 연루된 가톨릭 신자는 극소수였지만 이 사건은 영국 가톨릭 전체에 치명타가 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매년 11월5일이면 가이 포크스의 인형을 끌고 다니며 조롱하다 밤이 되면 불태우는 풍습이 생겼다. 이 풍습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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