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꿈을 펴보기도 전에 떠나버린 딸 아이의 이름을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불의의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중소의류업체 대표가 딸 이름을 딴 도서관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쾌척했다.
여성의류 전문 제조업체 (주)현진어패럴 대표 이상철(57)씨는 지난 6월 어느날 새벽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 봄부터 미국 동부 보스턴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둘째 딸 진아(23)가 현지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딸 둘을 둔 이씨는 먼 유학 생활 중에도 늘 부모의 건강과 안부를 물어왔던 둘째 딸 진아의 갑작스런 비보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다.
더구나 사고 2주전 이씨는 뉴욕 출장 길에 진아를 만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야구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터라 슬픔은 더욱 컸다.
이씨는 무작정 슬픔에 빠져있을 게 아니라 진아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딸 이름을 딴 도서관 건립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 자신 은퇴 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을 품고 있던 이씨는 책과 독서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진아를 위해 도서관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했고 서울시에 그런 뜻을 알렸다. 이후 여러 자치구에서 제의가 들어온 가운데 오래 전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던 서대문구와 손을 잡게 됐다.
서대문구는 이씨의 뜻에 따라 현저동 독립공원 내 지하1층, 지상4층의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도서관'을 지을 계획이다. 내년 2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며 도서열람실 외에 멀티미디어실, 어학실습실, 소형공연장을 마련해 종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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