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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이시하라 망언과 이라크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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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이시하라 망언과 이라크 파병

입력
200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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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를 비롯한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한일합병은 조선인이 자의로 선택한 것"이라는 등의 망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제 나라의 복고지향 민심에 영합하는 상습적 망언을 일일이 공박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는 우리 사회 애국주의자들이 비분강개하는 모습에서 일본인들의 망언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배리(背理)를 느낀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라크 경략에 동참하는 것을 훌륭한 부국강병책인 것처럼 떠들면서, 일본의 식민통치 미화를 욕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망언을 거듭하는 일본인들도 나름대로 논거는 있다. 조선인들이 선진 문명을 열망해 한일 합병에 찬동하고, 식민통치에 협력한 것처럼 적힌 기록들이다. 회원 100만이 넘는 친일단체 일진회가 합병 청원운동을 폈다거나, 한일 양국이 합병에 합의해 국제연맹이 승인했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기록에 바탕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 인식을 제국주의 시대로 되돌리는 이런 궤변과 왜곡으로 역사의 진실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신보수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미국도 이런 제국주의로의 퇴행을 답습하고 있다. 이라크 점령 명분으로 이라크인들을 위한 자유와 문명의 세례를 내세우고, 후세인치하의 망명세력 등이 미국이 만든 과도통치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점령통치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지지로 선전했다. 또 강박과 회유로 뒤늦게 유엔 안보리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을 정당성의 근거로 삼았다. 우리 사회 파병론자들은 미국의 논리를 추종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 논리를 바꿀 때마다 그것이 마치 제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양 서둘러 전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이 격화하면서, 국제사회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통치가 제국주의적 침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 미국은 저항 공격을 후세인 잔당과 외국계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몰고 있지만, 객관적 분석은 다르다. 특히 여론조사결과 이라크 국민의 다수가 미군에 대한 공격을 외세 점령에 저항하거나 미군의 난폭성에 반발한 행동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괄목할 만하다.

우리 사회가 소홀히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 아닌 이라크 국민이 우리의 파병을 바라는지 여부일 것이다. 한미 동맹과 국익 등의 고려를 떠나, 파병이 진정한 정당성을 지니려면 이라크인들의 뜻과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 볼 때, 답은 이미 부정적이다. 바그다드의 독립 조사기관이 지난 달 7개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미군을 해방군아닌 점령군으로 간주했다. 또 60%가 미군과 동맹군의 철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러 여론조사도 결과는 비슷하다. 이렇게 되자 미국은 이라크 상황과 민의(民意)를 왜곡 조작하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 여론조사기관 조그비 인터내셔널(ZI)과 미국 AEI 연구소가 공동조사한 결과, 이라크 국민의 60% 이상은 미군이 적어도 1년은 더 머물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ZI가 단독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31.5% 가 미군의 6개월이내 철수, 34%가 1년 이내 철수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라크 국민 65% 이상이 미군의 1년 이내 철수를 바란다는 조사결과를 AEI가 왜곡해석했고, 체니는 AEI의 권위를 빌려 미국민을 속인 것이다.

이런 거짓에 의지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주도로 세계는 한층 평화로워졌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들의 제국주의적 제3세계 개입은 언제나 국제 평화를 해친 주범이었다. 그 탐욕스런 개입은 기만적 선전에도 불구하고 대개 20∼30년을 넘기지 못하고 민족세력의 저항으로 파탄을 맞았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상기시키는 이들은 미국의 시대착오적 이라크 경략은 훨씬 일찍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의 열렬한 파병론자들이 귀 기울이기 바란다.

강 병 태 논설위원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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