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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 규명할 법의학체계 세워야"/"허 일병"죽음 재조사 나선 부친 허영춘씨 "독립된 기구·전문검시제 조기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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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 규명할 법의학체계 세워야"/"허 일병"죽음 재조사 나선 부친 허영춘씨 "독립된 기구·전문검시제 조기 도입 필요"

입력
200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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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타살 여부를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가 제1기 의문사위에서 기각 처리됐으나 재조사하겠다고 밝힌 허원근 일병의 부친 허영춘(63·사진)씨는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해선 독립된 법의학 기구를 설립, 전문검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일병 사건은 지난해 의문사위가 '타살 후 은폐조작'으로 결론냈으나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자살로 결론내면서 논란이 빚어져 이번 재조사에서도 단연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회 의문사 지회장도 맡고 있는 허씨는 독립된 법의학 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재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자살로 결론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씨는 "지난번 조사에서 의문사위와 국방부 특조단 간에 사망 원인과 총성 시간에 대해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 법의학 체계가 허술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법의학 토론회에서는 전문가인 법의학자들마저도 자살이나 타살로 믿을 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으면서도, '다수결'로 허 일병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허씨는 그동안 법의학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나름대로 공부를 해왔다. 그는 "일반인도 법의학책 서너권만 읽으면 원근이의 죽음을 타살로 볼 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 법의학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의문사위와 민변 등이 최근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만이 검시를 할 수 있는 '전문검시의' 제도를 도입할 것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현재 국가기관 산하에 있는 법의학기구를 민간기관으로 독립시키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씨는 "자식을 억울하게 잃은 부모들에게 두 번의 고통을 주지 않는 유일한 길은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유가족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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