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후 유행어 중 하나는 '로드맵'이다. 금융, 방송개방, 노사관계, 세제개편 등 다양한 사회문제 뒤에는 로드맵이란 단어가 붙는다. '로드맵'이란 밑그림 또는 추진계획을 의미한다. 국가의 시급한 정책을 국민들에게 펼쳐 보이는 중요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가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개발 혁신 로드맵'이라는 것을 발표하였다. 이 로드맵은 '인적자원강국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드맵 대로라면 우리나라는 5년 후에 세계적인 인적자원강국이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인적자원개발은 반드시 직업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직업교육이 로드맵 속에서 매우 가볍게 다루어졌다. 학문중심의 4년제 대학에는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서는 관련법을 만들며, 엄청난 규모의 재정으로 BK21 후속 사업인 'POST BK21사업'까지도 지원한다고 한다. 반면에 직업교육 분야를 들여다보면 '실업계 고교 교육의 내실화·특성화, 전문대학 구조조정 및 교육여건 개선, 전문대학 전공심화과정의 활성화' 정도가 전부이다.
직업교육을 육성할 의지가 과연 교육부에 있는지 묻고 싶다. 사실 국가산업인력은 실업계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통하여 양성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잇단 교육정책 실패와 장기적 정책 부재, 그리고 사회적 관심부족으로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학은 현재 기반을 잃은 채 뿌리까지 뽑힐 지경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개혁안을 발표하는데 그 속에는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의 꽃'으로 늘 묘사된다. 그러나 정부는 관심만 보였지 꽃을 활짝 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은 하지 않았다.
직업교육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교육'이다. 국가의 획기적인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모든 직업교육정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직업교육의 역사가 100년을 넘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국가수준의 마스터플랜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참여정부에 직업교육정책이 부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대통령의 교육참모 중에 직업교육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대선 공약집을 다시 펼쳐보아도 직업교육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엊그제 청와대 정책실장이 연내에 대통령이 교육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 하였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대통령의 종합적인 의지가 담길 것이라 한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직업교육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애정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의 로드맵에는 부디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수준의 마스터플랜이 꼭 담겨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백 형 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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