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3일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하면서 바깥 나들이를 재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와 남북간 협력증진 정책이 더욱 성공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도 "해외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명망과 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김 전 대통령은 기념 연설에서 "제가 공인으로서의 활동과정에 나타난 잘하고 못한 것은 국민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며 대북 비밀송금 사건 등에 관한 소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의 남북관계는 장밋빛 일색이 아니며 위험하기 짝이 없다"면서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해 활동재개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오랜 정치 생활에서 은퇴해 조용히 살고 있다"며 정치적 해석을 차단했다.
노 대통령은 축사에서 "국민은 퇴임한 이후에도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봉사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고대해왔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앞으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일에 경륜과 지혜를 발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을 대거 대동하는 등 DJ를 한껏 예우했다.
두 사람은 20여분간 도서관 5층 김 전 대통령의 사무실에서 김우식(金雨植) 연세대 총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환담을 나눴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햇볕정책을 승계한 제가 제일 먼저 석·박사 과정에 수강신청을 해야 겠다"면서 "(대북정책에서) 조금의 흐트러짐과 훼손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고, DJ는 "잘 하시리라고 믿고, 그래야 나라가 잘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김 총장이 "다음에 노 대통령 기념관이 생겨야 한다"고 제안한 데 대해 "새로 세울 것 없이 여기에 한 칸 들어오겠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개관식에는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 40여명과 토머스 허바드 미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 국민의 정부 각료 출신과 언론·법조·경제·문화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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