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할 일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스웨덴에서는 범죄를 저지른다.스웨덴의 요제프 파레스(25) 감독은 '말괄량이 삐삐' 후손답게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상의 영화를 내놓았다. 그의 두 번째 영화인 '깝스'(Kopps)는 경찰이 살기 위해 불을 지르고 인질극을 벌이는 기상천외한 코미디이다.
그 흔한 신호위반조차 없는 스웨덴의 한적한 시골 마을. 낮잠을 즐긴 고양이의 기지개처럼 나른한 농촌 풍경과 소를 연상케 하는 순박한 사람들의 일상은 평화롭다 못해 졸릴 지경이다. 이곳의 평화는 4명의 경찰이 지킨다. 이들은 마을을 돌며 고삐 풀린 소를 끌어오고 노인들과 카드놀이를 해 주는 게 일과의 전부다. 눈 씻고 찾아 봐도 말 못하는 짐승말고는 범죄를 저지를 존재가 없으니 당연히 범죄율은 제로다.
어느날 이곳에 미모의 여자 감찰관(에바 로제)이 파견된다. 10년 동안 한 건의 범죄도 없었던 곳이니 경찰 지서의 존재 이유가 없는 만큼 폐쇄하기 위해서다. 하루 아침에 실직 위기에 몰린 경찰은 먹고 살기 위해 그때부터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 내기에 바쁘다. 햄버거집 쓰레기통에 불을 놓다가 집을 태우고, 멀쩡한 나무에 총을 쏴 테러범이 출현했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해결책은 엉뚱하게도 마을 소년에게서 나온다. 보다 못한 마을 소년이 이들을 불쌍히 여겨 인질을 자청해 인질극을 벌이게 하고 경찰 특공대가 출동한다. 이때부터 눈물을 흘리며 웃을 만큼 안타깝고, 안쓰럽고, 기가 막힌 이들의 도피 행각이 시작된다.
15세 때 단편 영화를 만들어 천재 소리를 들었다는 파레스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없이 따스하다. 작은 마을의 소동에는 늘어나는 실업률과 사회 복지 부담으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스웨덴의 고민이 숨어 있다.
그렇지만 주어진 삶에 충실한 백성들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감독은 엉뚱한 소동을 벌인 사람들을 끌어안는 결말을 통해 해법을 그들에게서 찾으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무언의 항변을 한다.
궁극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황당한 소동으로 포장했지만 밑바닥에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사랑이 숨쉬고 있다.
그러나 갈등을 빚은 적도, 분노를 쏟아 부을 악당도 없는 지극히 평화로운 설정은 이 영화의 단점일 수도 있다.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스한 풍광과 함께 웃음을 띠게 만드는 이 작품은 스웨덴 밖에서도 인기를 끌어 미국의 코미디 스타 아담 샌들러가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였으며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참고로 깝스는 경찰을 비하하는 스웨덴 속어다. 12세 이상 관람가. 5일 개봉.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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