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의 한 유치원이 "부유층 아이들을 몰살시키겠다"는 협박편지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이틀간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3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강남구 A유치원 B원장은 협박편지를 받은 직후인 지난달 31일 오후 3시30분께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서경찰서 민원실 관계자는 "정신병자가 쓴 편지에 놀아나지 말라. 차라리 편지를 찢어버려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B원장은 이어 같은 경찰서 여성청소년계로 가 1시간을 기다린 끝에 문제의 편지를 신고했지만 "소관사항이 아니다"라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결국 B원장은 4시간여 만에 사건을 형사계 강력반에 접수할 수 있었으나 형사과장으로부터도 "원한다면 안전교육을 시켜주겠지만 인력이 부족해 당장 경찰을 배치하기는 힘들다"는 답답한 얘기만 듣고 경찰서를 나와야 했다.
이후 수서경찰서는 이틀 동안 이 사건을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은 협박편지 발송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2일 저녁에야 상부에 보고했고, 뒤늦게 지문감식 의뢰 등 기초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은 이날 수서경찰서에 대해 특별 감찰에 나섰으며 협박편지 사건 접수 거부와 반려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 전원을 징계키로 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협박편지를 수사할 수는 없고 당장 현장에 나가 수사할 사안은 아니었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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