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기를 맞아 이소룡이 부활하고 있다. 쇼브라더스 영화사가 배출한 왕우에서 최근의 리옌제(이연걸)까지 홍콩 무협 영화는 숱한 스타를 낳았지만 이소룡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배우는 없었다. 그는 스타일을 완성했다. 태권도와 유도, 쌍절곤 등 다양한 무예를 결합해 만든 절권도가 그로부터 비롯했고, 코를 쓱 문지르고 내뱉는 괴조음과 노란 추리닝 등 독특한 몸짓과 옷차림을 정형화했다.1960년대에 태어나 이소룡 영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이소룡 세대’라고 부른 유하의 수사는 다소 과장이지만 70ㆍ80년대 ‘시네마 키드’는 적든 많든 이소룡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대표적 무술감독으로 꼽히는 정두홍은 이소룡의 부활이 “예견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는 할리우드식 액션영화에 식상한 사람들이 이소룡 액션의 향수에 끌리고 있다는 것. “태국의 무에타이와 태권도를 비롯한 여러 격투기를 혼용해 쿵후를 혁신했고, 강한 카리스마를 가졌다.” 여기에 리드미컬한 스텝과 유연한 테크닉, 놀라운 에너지까지 더해 세계적 보편성을 얻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콩 골든하베스트사에서 활약한 무술감독 원진은 이소룡의 매력을 사실주의적 힘에서 찾는다. “복잡하고 화려한 합(合ㆍ액션의 구성)이 아니라 짧은 합으로 강렬한 효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표정과 동작에 철학이 담겨있고 관객을 빨아들이는 기가 넘친다”는 그의 말처럼 이소룡 영화에서는 이소룡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철과 호금전의 무협영화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이소룡이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은 그가 관객의 추종심리를 건드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소룡을 흉내내 추리닝을 입고 다니고, 그의 사진을 벽에 붙이고 괴조음을 지르는 팬덤 문화는 성룡이나 이연걸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이소룡의 영화는 유하와 류승완 등 젊은 감독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초에 ‘절권도의 길’로 이름 붙인 ‘말죽거리’는 ‘이소룡 키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원빈 감독의 말대로 이소룡 영화는 지금 보기엔 단순하고 낡았다. 그러나 ‘매트릭스’처럼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되면서 이소룡 액션은 부활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등 이소룡 예찬론자들은 저마다 이소룡을 새롭게 해석하며 그를 무덤에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종도기자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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