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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독극물 감시 "맹물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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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독극물 감시 "맹물 당국"

입력
200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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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서울시민의 식수원인 한강 취수장 바로 인근에서 무늬목 제조업체들이 수년간 포르말린 폐액 271톤을 무단 방류하다 적발된 사건은 업체와 정부 등 우리 사회의 '환경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검찰은 이 업체들이 서울 강남에 직영 가구매장을 운영하는 등 형편이 괜찮은 데도 자연 건조시설, 작업대 설치 등 유출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도 하지 않은 데다 일부 업주들은 바닥에 묻어있는 포르말린 폐액을 물로 씻어 그대로 방류한 사실도 밝혀냈다. 나무의 변질방지용으로 사용되는 포르말린은 피부 접촉시 화상·신경 마비 등을 유발시키는 발암성 유독 물질로 어패류 폐사 등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주들조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포르말린 작업을 시키면 한달도 못 견디고 도망갔다"고 시인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수년간 문제 삼지 않다가 왜 이제 난리를 피우느냐"는 한 업체 사장의 항변은 '적반하장'이긴 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들은 3년 전부터 포르말린 폐액을 방류해왔지만 관할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한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더욱이 경기 하남시의 일부 업체들은 주무 부서인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서 수백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는데도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대로 단속한번 당한 적이 없다. 서울시민 90% 이상이 마시는 국내 최대의 수돗물 생산지인 팔당댐 하류의 한강 유역에 대한 관리가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어떠할까.

잇속만 챙기려는 업계의 관행과 당국의 느슨한 감시망이 고쳐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포르말린 방류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것이다.

강 훈 사회1부 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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