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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 /할머니 노랫소리가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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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 /할머니 노랫소리가 그리워요

입력
200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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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오늘 아침 버스를 탔는데 우연히 할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유행가가 흘러 나왔습니다.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부는 대로 걸어도 돌아서질 않는 것은 미련인가 아쉬움인가∼.' 문득 할머니 생각이 간절해지더군요.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시는 지요.할머니는 40년만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여름 83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종 순간에도 "내일 노인정에 가서 불러야지…"라면서 가사가 적힌 종이를 손에 움켜 쥐고 있었지요. 평소에도 할머니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지내셨지요. KBS-TV의 '가요 무대'는 할머니가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들을 낳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던 시절, 할머니는 딸만 셋을 두었지요. 제 어머니는 둘째 딸이었고요. "내가 죄인"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던 할머니는 결국 고향을 등지고 서울의 저희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할머니는 체질이 허약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얼굴에 핏기가 없었고 외로움을 많이 탔지요.

그런 할머니에게 저는 좋은 말동무였어요. 1남 6녀의 딸 부자집에서 막내 손녀인 저를 유난히 귀여워했지요. TV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은주야, 가사 좀 적어다오"하면서 연필과 종이를 건네주었지요. 할머니는 음악에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제가 가사를 적어 주고 노래를 한번만 부르면 곧바로 외우셨지요. 노인정이나 동네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 상도 타오셨지요.

기억 나세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할머니를 한달 가량 한의원에 모시고 다녔지요. 그때 우린 친구처럼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걸었는데…. 전 정말 할머니가 좋았어요.

할머니와 목욕탕에 같이 갔다가 해프닝도 있었지요. 할머니 피부가 건성이라 오일마사지를 해 드렸는데, 할머니는 옷을 입다가 몸이 너무 미끄러워서 그만 쾅 하고 넘어졌지요. 그 때 제가 할머니를 업고 버스 두 정거장 거리를 왔지요. 칼 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는데 집에 도착하니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더군요.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업어 보았습니다.

귀염둥이 손주는 이제 꿈 많은 여고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외로움을 달래시던 할머니. 하늘 나라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계시는지요. 할머니, 아주 많이 보고 싶습니다. /hjj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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