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정통 멜로가 부쩍 늘었다. 10·20대의 지상파TV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져 드라마의 타깃이 중장년층으로 옮겨진 까닭도 있지만, 가을이란 계절 요인도 작용한 듯하다.나라 안팎의 흉흉한 소식들로 더욱 쓸쓸한 이 가을, 내로라 하는 두 여성작가가 가슴 저린 사랑 이야기를 들고 나란히 안방극장을 찾았다. SBS '완전한 사랑'의 김수현 작가와 KBS2 '로즈마리'의 송지나 작가.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병에 걸려 죽어가는 한 여자와 그 가족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그려보겠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같은 날 방송되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 전개와 연기, 시청률까지 비교되며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주 첫 대결에서는 9·10회가 방송된 '완전한 사랑'이 시청률 22.8%(4위)로, '로즈마리'(19.0%·11위)를 한 발 앞섰다. 그러나 방송 첫 주에 바로 수목드라마 선두로 나서고 10위권까지 넘보는 시청률을 올린 '로즈마리'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두 작품은 막판에 불치병을 들고 나오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초반부터 죽음을 화두로 던져놓고 시작한다. 따라서 큰 줄거리보다는 그럴듯한 상황 전개와 적절한 대사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만큼 작가는 고달프다. 지난주 시사회에서 송 작가는 "김수현 선생님에게 안부 메일을 드렸더니 답장이 왔는데 '하늘에 장대도 없이 달을 매다는 것 같죠?' 하셨다. 꼭 그 심정이다"고 말했다. 각각 24부작, 18부작으로 연말에 나란히 종영하는 두 작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 달을 시청자들 가슴에 매달지 궁금하다.
한편 MBC '대장금'이 44.6%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KBS2 '개그콘서트'(29.0%)와의 격차가 무려 15.6%나 벌어졌다. MBC 일일연속극 '백조의 호수'가 종영을 1주일 남겨두고 5위(22.7%)로 껑충 뛴 것도 눈길을 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