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아들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입니까."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가 1일 오후 남산 옛 안기부터에서 이곳을 인권공원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개최한 '해원(解寃)문화제'에 참석한 한진중공업 초대 민주노조 위원장인 고 박창수씨 어머니 김정자(67·사진)씨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말았다. 1991년 경기 안양병원에서 의문의 투신으로 죽음을 맞은 아들과 지난달 회사측의 손배 가압류에 항의, 농성중이던 크레인 위에서 목매 자살한 한진중공업 노조 김주익 위원장의 생전 모습이 너무도 생생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 노조 위원장은 그 동안 박씨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온 몸을 바쳤던 박씨의 1년 후배. 김씨는 지난 달 17일 김 위원장의 영안실을 찾은 이후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지난 5월 창수 추모제에서도 주익이가 오히려 나를 다독이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했는데…. 이 놈의 사회는 주익이를 고작 십년 더 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김씨는 91년 박씨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을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박창수 변사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크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더 이상 우리 아들들을 함부로 죽이지는 않겠구나 하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벌써 몇 명째입니까. 우리 아들들이 왜 죽어나가는 지도 모르는 대통령이란 생각이 듭니다."
81년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박창수씨는 90년 9월 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됐으나 91년 2월 서울 구치소에 구속 수감됐고 그 해 5월 자해로 경기 안양병원으로 후송된 뒤 의문의 투신시체로 발견됐다. 박씨 사건은 제2기 의문사위가 진상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또다시 한진중공업 노조원 곽재규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젠 '한진'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며 "이땅을 사는 젊은이들이 하늘이 준 명대로 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