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의 꽃은 신랑과 신부다. 그러나 아직 젊고 어려 신랑과 신부의 약력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결혼식은 많지 않다. 길게 소개해봐야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얼마나 화목하게 자랐으며 장차 얼마나 큰 능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기대 정도이다. 남의 잔치에 한껏 광을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주례다. 어떤 주례는 결혼식 전에 먼저 사회자를 불러 책 한 페이지나 되는 자신의 약력을 건네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경력을 강조하는 국회의원 주례들이 그렇다. 사회자는 온갖 좋은 말로 그를 소개하지만 그의 약력을 다른 말로 풀어보면 이런 식이다."오늘 이 결혼식의 주례를 봐주실 ○○○의원님은 일찍이 민정당에서 3당합당을 하며 민자당으로, 당명을 바꾼 신한국당으로, 자신의 보스와 동반탈당하여 자민련으로, 그래도 대통령 후보를 내는 큰 당이 좋지 싶어 한나라당으로, 다시 여당의 의원 빼가기로 국민회의로, 당명을 바꾼 새천년민주당으로, 다시 자민련으로, 지난번 선거 때 이번엔 틀림없겠지 싶어 다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철새 중에도 그런 철새가 없는 왕 철새입니다."
그런데도 그 국회의원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이런 주례사를 한다. "신랑 신부, 사람은 평생 소신과 신의를 지키며 살아야 합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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