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 드시고 중간고사 잘 치르세요." 한양대 총학생회는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지난달 20∼23일 중앙도서관 앞에서 매일 오후 9시30분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공짜로 나눠주는 이색 행사를 벌였다. "어머니가 싸주시던 '주먹밥'을 연상시키는 삼각김밥을 먹고 힘 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 총학생회가 밝힌 행사의 취지.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매일 1,000여명의 도서관 이용 학생들이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줄을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각 대학 총학생회들이 '공부권' 학생들의 민심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공부권 학생들이란 학생운동에 치중하던 '운동권' 학생들과 달리, 대학 생활의 목표를 좋은 학점과 취업, 고시 등 각종 시험 합격에 두고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대학가의 은어. 각 대학 총학생회는 시험기간 김밥 라면 등 야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부족한 도서관 자리 확충을 위해 강의실을 도서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 건의, 관리까지 맡는 등 적극적으로 공부권 학생들을 위한 '뒷바라지'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와 서강대, 동국대, 단국대 등 서울시내 대부분의 대학들은 시험기간동안 총학생회 혹은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각 단과대 로비에 버너 등을 갖추고 라면과 김밥 등 야참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시험기간동안 도서관 좌석이 태부족인 점을 감안, 각 단과대 대형강의실을 도서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 공식 제안해 이를 운영해 왔고, 연세대 등도 학생회가 관리 책임을 지고 시험기간 동안 단과대 도서관을 24시간 운영체제로 바꿨다.
총학생회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각종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돕기 위해 컴퓨터 특강을 유치했으며 연세대 총학생회도 지난달 29일과 30일 모의면접, 이미지 컨설팅 강좌 등으로 이뤄진 대규모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주요 강의 정보를 개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섬세한 배려도 눈에 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학생 개인 휴대폰에 휴강, 시험 일정 등 주요 강의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대다수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수험 서비스를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쁜03'이라는 ID의 한 한양대생은 학교 게시판에 "시험 때문에 무척 우울했는데 총학생회에서 보낸 휴대폰 격려 문자 메시지에 잠시나마 기분 전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공부권이라는 단어를 처음 고안해낸 서울대의 이규진(법대4)씨는 "과거엔 학생들이 반독재 투쟁 등 사회운동에 적극적 나설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가장 큰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한다"며 "총학생회가 공부권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총학생회 각종 수험서비스는 차기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공부권 학생들의 민심을 잡기 위한 선거 전략일 뿐"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양대 법대 4학년 김모(28)씨는 "학생들의 현실적 필요에 충실한 총학생회의 활동이 당장 학생들의 입맛에 맞을 수 있지만 사회에 무관심한 요즘 대학생들의 개인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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