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52년 전주 사범학교에서 저와 같이 교사로 근무했던 김경남 선생님을 찾습니다. 이역만리 미국에서 살다 보니 고국에서의 인연이 더욱 그리워지는군요.당시 저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이 학교의 무용 교사로 부임했고, 김 선생님은 가사(家事) 과목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나이도 비슷하고 성격이 잘 맞아 단짝처럼 지냈지요. 제가 부모님과 같이 지내기 위해 부산으로 떠나면서 학교를 그만 두게 됐고, 김 선생님과 헤어졌습니다.
제가 미국 이민을 떠나던 해인 67년 7월 우연히 서울 을지로 2가에서 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때 나는 근무하던 학교의 동료 교사들이 마련한 송별회에 가는 길이었고, 김 선생님은 남편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반가웠으나 버스가 오자 남편이 갑자기 올라타는 바람에 우리는 몇 마디만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김 선생님이 "나, 이제 영등포에서 양장점을 하고 있어!"라고 소리쳤습니다. 나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 이름을 큰소리로 알리고, 미국 떠나기 전에 꼭 만나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김 선생님과의 마지막 대면이었습니다. 나는 며칠 후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이따금씩 고국을 찾을 때마다 김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몇 해전에는 전주 사범학교를 찾아 김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아봤더니 전쟁으로 모든 서류가 분실됐더군요. 김 선생님은 고향이 김제 혹은 부안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제 나이는 70대 중반이 되었겠군요. 김 선생님, 이 글을 읽으면 꼭 연락주세요.
/강갑숙 3041 W. 12th Place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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