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방에서 역한 돈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변호사의 양심 속에도 떳떳치 못한 돈의 흐름이 감지된다.사무장에게 고용된 신참 변호사, 법조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 주거나 사건알선 브로커를 고용한 변호사, 수임료를 편취하거나 판·검사 교제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변호사, 심지어 재소자에게 휴대전화나 담배를 제공하고 범죄수익을 관리하는 등 변론은 뒷전이고 감옥수발로 돈을 챙긴 집사형 변호사도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 이상 변호사라고 부를 수 없는 일탈 변호사의 출현으로 변호사상(像)을 다시 그려야 할 판이다. 변호사자격증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거둬들이는 허가증으로 전락한 듯하다. 변호사는 인권보호의 파수꾼이며 정의실현을 담당하는 법조삼륜의 한 축임을 강조한 강의실에서의 외침이 헛수고였음에 허탈할 뿐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변호사들의 윤리의식과 양심의 부재가 잘못된 법학교육의 탓이 아닐까 하는 자책감도 든다.
사법개혁 논의의 도화선이었던 의정부와 대전법조비리사건 이후 법조비리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인지, 아니면 대검찰청이 특별단속기간을 정해 집중 단속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검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허울뿐이라는 사실이다. 칼을 들이대는 소리만 요란함에 그만 실망하고 만다. 법조비리사건의 수사와 재판결과를 보면 법조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비리 변호사에 대한 법원·검찰·대한변협의 처벌과 징계가 물러터진 것이다.
구속영장청구율이나 발부율도 상대적으로 낮고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거나 보석,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또한 적발된 변호사의 대부분이 연수원을 수료하고 갓 개업한 변호사이며 판·검사출신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는 검찰수사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고 여전한 전관예우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사건이 중대함에도 각종의 연(緣)과 법조 선후배의식, 그리고 잠재적 동업자의식 등이 버무려진 솜방망이 처벌이 검찰과 법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최근 검찰이 비리를 적발하여 대한변협에 징계를 신청한 변호사 중 제명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대부분 가벼운 정직, 과태료처분, 견책 등이라고 하니 변협의 제 식구 감싸기식 무딘 징계가 법조비리를 부추기는 꼴임을 알 수 있다.
법조비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법조삼륜의 구성원들은 정의의 여신이 왜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천칭,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는지, 왜 변호사 배지에 천칭이 그려져 있는지를 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사로운 인연과 정에 얽매이지 말고 저울 같은 평평함을 유지하면서 칼로 추상같이 정의를 실현하라는 의미의 상징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대량 변호사개업과 경쟁시대에는 변호사업계의 자체 정화가 필수적이다. 자신들만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침묵의 공모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한변협은 징계위원회의 위원구성을 개방하여 외부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 투명하고 엄정한 징계권 행사를 통해, 돈과 명예는 결코 자존심과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함께 쥘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검찰은 법조비리 전담 수사기구를 설치해 공정경쟁을 해치는 수임비리 등을 항상 감시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은 학연과 지연, 동업자의식에 의한 성역 만들기가 사법정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해하는 원인임을 자각해야 한다. 법원은 사회적 갈등의 마지막 해결사인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법과 원칙이 통하는 법치주의원칙이 흔들릴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하 태 훈 고려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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