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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만화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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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만화의 날

입력
200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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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부터 먼저 해 보자. 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 앞의 친구네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보고 슬그머니 옷 속에 넣고 나오다가 그 어머니에게 들킨 적이 있다. 친구가 변명을 해준 덕분에 별로 혼이 나지 않고 넘어갔지만, 두고두고 창피한 일이었다. 중학교 입시를 앞둔 6학년때는 공부를 하지 않고 만화만 본다고 어머니가 아궁이 앞에 나를 앉히고 책을 불태운 일이 있다. 그보다 몇 년 전에는 담임선생님이 통지표에 '만화 동화를 특히 즐겨 읽음'이라고 써 넣는 바람에 할아버지에게 눈물이 찔끔 날 만큼 된통 혼이 났다.■ 누구나 이런 추억이 한두 가지쯤 있을 것이다. 읽을 것과 장난감이 별로 없던 시대에 만화는 절대적 오락물이었고 정신의 영양제였다. 누구 작품인지 잊었지만 '달도 울고 별도 울고'라는 만화를 보면서 나도 울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만화는 산호의 '라이파이', 추동성의 '짱구박사',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 김경언의 '모래알전우', 박기정의 '레슬러' '도전자'등이다. 특히 박기정의 만화는 주인공 훈이와 함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햄릿의 3막 5장 같구나"하는 말을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친구들에게 써먹기도 했다.

■ 한국 최초의 SF만화 라이파이는 총 4부작 32권으로, 발간 43년만인 지난 8월 라이파이동호회가 조직되고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특별전도 열렸다. 복간본도 나왔다. 다른 작품들도 잇달아 재발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붐은 일본과 비교하면 어림없다. 일본만화의 대부 데즈카 오사무(手塚治)가 창조한 아톰의 생일(4월7일) 무렵 일본 각지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아톰의 출생지로 그려진 도쿄의 한 전철역은 신호음을 아톰의 주제곡으로 바꿨다. 아톰을 이용한 상품의 시장규모만 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 고전 복간은 대여점 위주로 유통되는 청소년용과 달리 구매력 있는 성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일이지만, 만화시장이 정체돼 신작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만화는 지금 침체 일로다. 만화의 날인 11월3일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는 기념식과 '한국만화 살리기운동' 선포식이 열리며 9일까지 각종 행사가 이어진다. 만화의 본질은 과장과 생략이지만, 그것은 경영의 지침인 선택과 집중과도 통한다. 과장은 집중이며 생략은 선택이다. 과장과 생략을 통한 한국만화의 중흥을 기대한다.

/임철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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