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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선거자금 개선방안/"각 기업서 돈거둬 선관위 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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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선거자금 개선방안/"각 기업서 돈거둬 선관위 기탁"

입력
200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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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원해서 준 것도 아닌데, 빼앗긴 돈 때문에 구속되고 비난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돈주고 빰맞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끊어야 한다."재계는 검찰의 비자금수사가 SK에서 다른 5대그룹으로 확산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정치자금 조성 및 배분의 투명화, 합법화를 위한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재계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 정치자금을 제공해왔지만, 선거이후 기업인이 줄줄이 사법처리되고, 연루된 기업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는 폐단을 이번 기회에 뜯어 고쳐야 한다는 데 확고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이 지난달 30일 "선거자금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법정한도안에서의 정치자금을 포함한 일체의 정치자금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강경방침을 천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선거자금법 개혁과 관련, 재계의 의견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 여야에 주중 전달하고,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줄 것을 촉구키로 했다. 회장단은 이를 위해 조만간 여야 4당 정책위의장과 회동키로 했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정치자금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내년 4월 총선부터 기업들의 정치자금 부담이 줄어들고, 깨끗한 선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가장 중점을 두는 정치자금 개혁방안은 정치자금의 조성과 배분과정에서의 투명성 강화. 무엇보다 개별기업 차원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하고, 전경련 등 경제단체가 기업규모등에 따라 일정금액을 거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등에 기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도 회원사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기업규제 완화 등에 기여하는 정당에 배분하고 있다.

또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시 주총이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로드맵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방안이 제도화하면 최고경영자(CEO)가 자의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근절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제단체가 정치자금을 거둬 정치권에 제공하는 것은 반대의견이 많아 성사가능성이 낮다. 우리나라 특유의 낙후된 정경문화로 인해 정치권이 기업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정당별 제공방식 및 규모 등을 놓고 정치권과 갈등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선거 때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정당명부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현재와 같은 고비용구조의 선거방식으로는 돈 안드는 선거를 절대 치를 수 없다"면서 "향후 10년간 한시적으로 유권자가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 등을 보고 투표하는 정당명부제와 선거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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