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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區 고강도 단속 곳곳 마찰/ 기업형 근절해야겠지만 영세포장마차도 날벼락 생계형 노점상 "어딜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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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區 고강도 단속 곳곳 마찰/ 기업형 근절해야겠지만 영세포장마차도 날벼락 생계형 노점상 "어딜가라고…"

입력
200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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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8시30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동대문 패션거리. 잠시 소란스럽다 싶더니 노점 단속반원들이 어지럽게 놓인 탁자와 천막을 걷어 트럭에 싣는다. 상인들은 체념한 듯, 별 저항조차 없다. 빈 자리는 깨진 술잔과 음식 재료들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30석 이상은 안된다기에 테이블 5개만 놨는데…." 포장마차 주인 박성연(40)씨는 욕인 듯 푸념인 듯 뒷말을 흐리며 자리를 치웠다. 김모(46)씨는 "장사 크게 하는 것들은 어디서 미리 정보를 들었는지 다 치운 뒤"라고 했다.단속이 끝난 지 1시간 여 지났을까. 건너편 동대문운동장 부근은 수족관까지 갖춘 수십 동의 포장마차로 불야성을 이뤘고, 2차선 도로는 겨우 차 한대가 빠져나갈 정도로 좁아져 있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기업형 포장마차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지 20여 일 됐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단속 기준도 중구난방이고, 처벌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달 청계천 노점상 정비가 시작되면 포장마차의 연쇄이동이 예상돼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현재 서울시가 추정하고 있는 도심에 성업중인 기업형 포장마차만도 600여 개. 서울시는 무기한·고강도 단속으로 뿌리 뽑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구청별로 합동단속반을 두거나 증편했고, 용역업체의 손까지 빌리고 있다. 포장마차가 섰던 자리에 화분을 설치하거나 구청 차량을 주차시키는 등 '사후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업주들의 저항도 녹록하지 만은 않다. 지게차로 화분을 치운 뒤 테이블을 놓는 일도 있고, 주차 차량을 멋대로 견인하기도 한다. 이들은 결정적인 손해가 예상될 때는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어, 28일 밤 종로 단속 때는 단속반원들이 압수한 집기를 빼앗겼고, 테헤란로에서는 구청 공무원 10여명이 집단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20년 째 포장마차를 운영해 온 권모(여·59)씨는 "죽고 사는 갈림길이다 싶으면 죽고 살기로 덤빌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들의 저항은 시와 자치구별 단속 기준이 제각각인 탓도 있다. 일단 기업형과 생계형 구분이 모호한 데다, 면적 등 설정된 기준도 현장에서 고무줄 단속으로 변형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대문 패션상가 부근은 5∼7개의 탁자를 내놓은 포장마차들이 적발된 반면 길 건너편은 무사했다. 한 단속반원은 "운동장 주변은 장사한 지가 오래돼서 단속하기 쉽지 않다"고 푸념했고, 한 업주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단속―과태료―재개장의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단속반원들 조차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도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포장마차는 그 자체가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이라며 "더구나 경기침체와 실업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부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주목받는 "서초구 해법"

기업형 포장마차 단속과 관련, '서초구 해법'이 주목맏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도 "서초구의 사례를 보면 포장마차 근절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말할 정도.

서초구가 기업형 포장마차와의 전쟁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2년. 당시 서초구에는 수 백 개의 대형 포장마차가 성업 중이었다. 구청 단속반원들은 24시간 출동체제를 갖추고 포장마차가 들어서면 언제든 달려가 자리를 못 잡게 했다. 주민들의 신고도 큰 힘을 발휘했다.

당시 단속 책임자였던 김수한 양재1동장은 "흉기를 들이대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예도 있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대신 구청측은 업주를 직접 찾아 다니며 업종변경을 설득했다. 법규 테두리 내에서 행정적인 편의도 약속했다. 당시 포장마차 주인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치킨집이나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후문. 이런 노력 끝에 현재 서초구에는 소규모 노점만 눈에 띌 뿐 기업형 포장마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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