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기업의 일반 정치자금이 순수 '보험금' 차원이라면 한번 사면하고 넘어가자는 제안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과연 이 같은 '자진신고 후 일제 사면'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비밀리에 조성·전달된 기업의 정치자금은 분식회계가 없이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기업 정치자금에 대한 사면은 분식회계에 대한 면죄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분식회계 중 정치자금 관련 부분만 떼어내 대사면을 해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발상이어서 법적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분식회계에 대한 일제 사면은 과거에도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앞두고도 한두차례 논란이 된 바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다. 이미 총수까지 구속된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다 일괄적인 고해성사 뒤 해당연도 재무제표에 한꺼번에 손실반영을 할 경우 주가폭락 등 시장에 미칠 충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재계는 대통령의 제안에 '걱정반 기대반'의 반응을 보였다.
정치자금의 전모를 밝힌다는 것은 검찰 수사가 SK 뿐 아니라 기업 전반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정치권과 경제계를 옥죄고 있는 정치자금 문제를 털어내고 보험성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기업을 사면한 뒤 미래지향적인 정-경 관계로 나가자는데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합법적인 테두리안에서 정치자금을 냈기 때문에 전모를 밝혀도 문제될 게 없다"며 "대통령의 제안은 기업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자는 선의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LG·현대차 관계자도 "법적 범위 내에서 정치자금을 내고 영수증 처리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뭐라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며 "이번 발언이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한 재계의 혼란을 잠재우고 기업들의 정치자금 제공 관행을 뿌리 뽑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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