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가을 늦은 밤 서울 흑석동 중앙대의 청룡연못(사진) 벤치에 앉은 한 캠퍼스 커플의 대화. "연못 한 가운데 저 혓바닥을 내민 청룡동상, 너무 무섭게 생겼다. 다른 곳으로 가자."(여학생)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를 안 했으니 용꿈이라도 한번 꿔야지."(남학생)중앙대 교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청룡연못은 의혈 중앙인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공간이다. 연못 속에서 지구를 감싸고 승천하는 형상인 청룡상도 학교설립자인 고 임영신 박사의 '용꿈'을 모티브로 했다. 설립자가 현 위치에 학교부지를 매입할 때 꿈속에 홀연히 청룡이 나타났다고 한다.
1968년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설립된 청룡상은 제작에만 5,000명의 인원이 동원되고 사용된 황동도 1,737관(약 6.5톤)에 달한다. 용이 품고 있는 지구의 속에는 학교의 연혁지와 발전계획서는 물론 설립자의 만년필, 한국 고전 의상 등이 담겨 있다.
청룡지라 불리는 연못은 학생들의 애환이 담긴 터전이다. 생일파티 혹은 커플 신고식을 치른 학생들, 고시 합격생들은 으레 연못으로 뛰어든다. 경비원 장모(49)씨는 "개교 이래 수천명의 학생들이 이곳에 빠졌지만 연못 가장 깊은 곳이 1.3m 밖에 안 돼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고시를 준비중인 졸업생 최모(28)씨는 "청룡상을 볼 때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절로 떠올라 수험생활에 상당한 위안이 된다"며 남다른 애착을 표현했다.
청룡상에 대한 학교측의 정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거 녹색이던 청룡은 올해 초 이름에 걸맞게 선명한 파란색으로 교체됐다. 3년전 만화풍의 청룡 캐릭터를 학교 심볼로 개발한 것은 청룡상에 대한 학생들의 갖가지 반응과 무관치 않다. 윤제환 중앙대 홍보팀장은 "'야간에 청룡상을 바라보기가 너무 무섭다' '청룡이 너무 딱딱해 보인다'는 일부 여학생들의 지적을 감안해 귀여운 청룡 캐릭터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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