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26> 뇌졸중이 생기면 남자보다 더 위험한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26> 뇌졸중이 생기면 남자보다 더 위험한가

입력
2003.11.03 00:00
0 0

뇌는 약 1,400g(여자는 1,250g), 전체 체중의 약 2% 밖에 안 되는 조그만 기관이다. 하지만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고성범 교수는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량의 약 15%, 체내에서 소모되는 산소의 20%를 사용할 만큼 하는 일이 많다"면서 "뇌졸중으로 인해 산소공급이 4∼5분간만 중단돼도 뇌세포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는 초겨울이다. 그 중에서도 일교차가 큰 11월은 가장 사망률이 높은 시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피부혈관이 수축돼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량이 남자보다 부족한 여자에게 뇌졸중은 더 위험하다.여자, 뇌졸중 사망률 남자보다 높아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한국인의 사망원인을 보면 뇌졸중으로 사망한 수는 10만명당 73.2명. 남 72.7명, 여 81.7명으로 사망원인으로서의 뇌졸중은 여성에게 훨씬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왜 여자는 남자보다 뇌졸중 치사율이 높을까. 전문가들은 여자는 뇌졸중 유형 중 뇌경색보다 뇌출혈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일반적으로 뇌출혈이 뇌경색보다 사망률이 더 높기 때문에 여성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는 병이고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지는 병이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늦게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의 평균 나이를 보면 남 59∼60세, 여 64∼65세로 여성이 남성보다 5년 정도 늦게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에 질병이 발생하면 예후는 좋지 않다.

뇌졸중 환자 남자보다 적은 이유

뇌졸중 환자의 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많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던 뇌졸중 환자 수를 비교하면 남자가 여자보다 1.5∼2배 정도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서울지역 뇌졸중 환자 발생율에서도 인구 1,000명당 남자 1.8, 여자 1.2명으로 전체 환자는 남자가 많은 편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남자는 흡연, 음주에 혈압 조절을 등한히 하는 등 여자에 비해 위험인자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면서"더구나 여성에게 분비되는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뇌졸중 예방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50대 이전의 여자는 상대적으로 뇌졸중 발생이 적다"고 말했다.

여성 뇌졸중의 위험인자

고혈압 흡연 당뇨병 심장병은 남녀 모두에게 뇌졸중을 일으키는 일반적인 위험인자이지만, 피임약 임신 폐경기 처럼 여성에게만 위험한 요인들도 꽤 있다.

◇피임약: 피임약을 복용하면 뇌졸중 위험이 2∼6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김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은 피임약을 거의 복용하지 않으며, 복용하더라도 짧은 기간만 먹어 실제로 피임약과 연관된 뇌졸중 환자를 보기는 힘들다"면서 "그러나 피임약 복용 여성이 담배를 피우거나 편두통을 가지고 있는 경우 뇌졸중이 발생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편두통: 최근 피임약의 에스트로겐 함유량은 점점 낮아지고 있어 사실 뇌졸중 발생 위험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오히려 편두통이 중요한 위험인자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옥스포드 래드클리프 병원과 런던 임페리얼 의과대가 20∼44세의 젊은 뇌졸중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년 이상 편두통을 호소했던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나 뇌졸중 발생이 많았다는 것. 또 다른 보고서는 편두통 증세를 호소하는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무려 10배나 뇌졸중 위험이 높았다고 알려준다.

고 교수는 "편두통과 뇌졸중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의사들간에 견해 차이가 크다"면서 "하지만 편두통은 혈관성 질환으로, 혈관 수축시엔 혈류가 나빠지면서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거나, 아지랑이가 올라가듯 어른거리는 전조 증상이 나타나고, 혈관 이완시엔 편두통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런 혈관변화는 장기적으로 혈액순환을 차단시켜 뇌졸중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 피임약도 위험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부 여성에서는 '임신' 자체가 뇌졸중 발생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김교수는 "임신 자체는 뇌졸중 발생 위험을 10배나 높게 한다"면서 "특히 임신 말기에 임신 중독증에 걸리면, 태반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혈관 흐름을 막으면서, 혈압을 올라가게 하고 뇌혈관을 터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산욕기(출산 후 6∼8주)에 산후 회복을 돕기 위해 여성이 복용하는 자궁수축제가 일부 예민한 산모에게는 혈관수축작용을 일으키면서 뇌졸중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임신 횟수가 많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뇌졸중에 더 잘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폐경기: 폐경 여성은 에스트로겐 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심장병은 물론 뇌졸중 발생 위험도 갑자기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은 혈관 확장을 돕고, 몸에 좋은 혈중 고밀도 지방단백(HDL)을 높이고 저밀도 지방단백(LDL)은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때문이다. 뇌졸중 환자의 나이 분포를 보면 50대까지는 남자 환자가 월등히 많다가, 폐경기 이후인 60대부터는 여성환자가 더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70대 이후에는 여성수명이 길기도 하지만 무려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두 배나 여성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뇌졸중 증상은 남녀에게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갑작스런 감각이나 보행능력의 이상, 얼굴 근육의 마비, 발음 장애나 실어증 같은 언어장애, 시력장애 등이 뇌졸중 환자가 나타내는 전형적인 증상들이다. 최근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앞서 열거한 증상 외에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통증 같은 것을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들의 이러한 증세는 의사들에게 간과되기 쉬워,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 미니 뇌졸중)도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TIA는 혈전에 의해 뇌동맥 하나가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다시 열리는 가벼운 뇌졸중이다. 고교수는 "TIA는 보행장애, 팔다리 저림 등 증상 때문에 노화로 인한 자연 현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통 30분(24시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내에 모든 증상이 사라져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뇌졸중 환자의 10∼20%는 발병 전 이 같은 경고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혈압이나 당뇨병환자는 지속적인 혈압관리, 혈당조절을 해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yjsong@hk.co.kr

● 대처요령

뇌졸중의 증세가 나타나면 무조건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 응급실로 후송해야 한다. 뇌졸중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응급 치료가 환자의 삶과 죽음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2차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은 후 3차 병원으로 옮겨야 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뇌졸중 같은 중한 병은 예외이다. 대형병원에 가야 하는 이유는 뇌경색 환자에게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 같은 치료는 전문 인력과 장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뇌졸중의 경고증상은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린 느낌이 온다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못 알아듣거나 발음이 어눌해진다

·갑자기 한쪽 눈 혹은 양쪽 눈이 잘 안보이 고 앞이 캄캄해진다

·갑자기 어지럽거나 걸을 때 자꾸 넘어지려고 한다

·평소 두통이 없던 사람이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진다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뇌졸중의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뇌졸중이 없는데도 너무 겁먹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 중에는 뇌졸중 노이로제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에 걸릴까봐 무조건 고기를 먹지 않거나, 심지어 아주 건강한 사람이 평소'화를 잘 내고 늘 안절부절하고 느긋하지 못한'자신의 성격 때문에 뇌졸중이 걱정된다고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동맥경화에 의한 뇌졸중(뇌경색)은 지방질의 과잉섭취와 관계가 있지만 출혈성 뇌졸중 같은 것은 지방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또 분노나 적개심이 많은 사람보다는 원만하고 느긋한 성격이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바람직하겠지만, 그렇다고 완벽주의적 성격이 병 자체는 될 수 없는 것이다. 평소 뇌졸중의 특징적 증상을 알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걱정해서 노이로제에 걸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김종성·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과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