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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 <김융희 지음, 책세상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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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 <김융희 지음, 책세상 발행>

입력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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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오사카의 산토리 뮤지엄에서는 '프리다 칼로와 그의 시대'라는, 멕시코에서 20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여성 초현실주의 미술가를 한자리에 모은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렸다. 일자 눈썹 초상화로 유명한 프리다 칼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지만, 각각 영국과 스페인 출신으로 환상적인 그림을 남긴 레오노라 캐링턴과 레메디오스 바로는 생경했지만 감동적이어서 '이것은 마술적 페미니즘이다!'라는 탄성을 지르게 했다.이 기념비적 전시회를 보고 생각났던 것이 '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이란 책이었다. 이 책은 예술을 규정하는 입장은 두 가지가 있다고 전제한다. 세계와 자연을 재현하는 기술로서의 예술이 있고, 이것의 목적은 모방이다. 또 하나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예술이 있는데, 여기서 예술은 신비의 구현이 목적이다.

이렇게 똑같은 예술이라도 상반된 입장이 공존하건만, 합리성과 논리에 익숙한 우리는 예술을 자꾸 전자의 시각으로만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든다. 그래서 애당초 비논리적일 수밖에 없는 예술작품을 보더라도 무언가를 읽으려고 든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것은 읽을 수 있으며, 읽을 수 없는 것은 마치 아무런 뜻이 없는 듯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분명하게 읽어낼 수도, 쉽사리 잡히지도 않는 대상이다.

인문서와 소설이 주종을 이루는 국내 출판계에서 '예술서의 르네상스를 꿈꾼다'는 모토로 미술출판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그 동안 한정된 예술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호응과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늘 책을 낼 때마다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이미지와 도상을 어떤 형식으로 책에 담아낼 것인가 하는, 즉 편집과 제작에 관한 걱정이다.

마음 같아서는 굳이 말과 글이 필요없는 그림이기에 그냥 보기 좋게 화집처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책은 원래 읽는 것이란 고정관념이 있고, 미술서도 그렇게 읽으려는 독자들의 존재 때문에 매번 할 수 없이 '그림 반, 글 반' 인 책을 내곤 한다. 하지만 예술은 언어가 아닌 상징을 매개로, 그리고 논리가 아닌 상상력을 통하여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저 너머의 것들을 보여준다.

내가 만든 미술서를 통하여 독자들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와 소통하게 되기를 바라며, 이런 바람을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확인하곤 한다.

/김장호·다빈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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