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31일 각 당의 대선자금을 놓고 서로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전날 이회창 전 총재의 대국민사과를 들어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 차례"라며 노 대통령의 진상 고백을 요구했고, 민주당도 이에 가세했다. 반면 우리당은 모든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무제한 수사를 거론하며 "끝까지 가보자"고 맞받아쳤다.
한나라당은 31일 "노무현 대통령은 비겁한 침묵을 깨라"며 노 대통령에게 화력을 집중했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노 대통령도 고백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제 대통령이 입을 여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지적했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통치자금, 결혼축의금, 당선축하금, 신당 자금에 사채 빚 갚기까지 대통령 주변 의혹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복잡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먼저 훌훌 털고 특검이든 무엇이든 다 수용하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도의 비리가 적시되면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라도 눈 앞이 깜깜해질 것"이라며 "국민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SK 비자금 의혹의 최고·최대 당사자가 노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마당에 청와대는 '정당 간 공방에 일일이 논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터무니 없는 한마디를 툭 던졌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것도 모자라 범죄에까지 연루된 노 대통령이 검찰의 면죄부를 받아 탄핵을 모면하려는 책략을 쓰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민주당은 31일에도 "한나라당과 노무현 신당은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라"고 두 당을 싸잡아 공격하면서도 열린우리당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김성순 대변인은 논평에서 "당 사무총장이던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대선이후 돈이 부족할 때마다 어디서 돈을 가져왔다"면서 "돈 저수지를 밝혀야 한다"고 공격했다. 김 대변인은 "이 의원이 밝히고 있는 부분은 실개천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이 의원이 횡설수설하고 있는 만큼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 전모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두 부대변인도 '우리당'을 겨냥, "노무현 신당이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자신들은 깨끗한 척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어찌 자신들의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나라당 발표와 검찰 수사진행 상황만 눈치보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노무현 신당이 대선이후 거둬들인 자금에 대해서도 무슨 명목으로 얼마나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이상수 의원이 7월에는 법인으로부터 74억 여원을 받았다고 했다가 28일에는 5대기업에서 70억원이 들어왔다고 말을 바꾼 뒤 다시 30일에는 5대기업 외 기업에서 40억원을 받았다고 했다"면서 "이 의원에게 전자계산기라도 갖다 줘야 할 판"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열린우리당은 연일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하며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민주당에 대해서는 "우리 당을 음해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원기 창준위원장은 31일 "대선·총선자금과 정당 운영 자금 등 모든 문제를 검찰이 한계 없이 수사해야 한다"며 "정치권에 '빅뱅'이 오더라도 부패정치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은근히 '빅뱅'을 기대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옛날 한 식구가 터무니 없는 내용으로 음해하고 있는데 대해 분노를 참기 어렵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각 지구당에 1억3,000여만원씩 현찰로 줬다는 보도도 있었다"며 "현찰로 400억원이 동원된 것인데 SK비자금을 뺀 300억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수 의원은 "대선자금 중 1억원 이상은 한 두 건을 빼고는 모두 수표로 받아 계좌추적을 하면 다 드러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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