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재·보선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혹해 하고, 열린우리당과 자민련은 한껏 고무되는 등 명암이 분명하게 엇갈렸다.한나라당은 4개 기초단체장 중 충북 증평군 1곳만 승리하자 침통한 분위기다. 특히 텃밭인 경남 통영시장 선거에서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 무소속 진의장 후보가 당선되자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당직자들은 "SK 비자금 100억원이 결정타였다"고 입을 모았다. 최병렬 대표는 31일 "야당이 명분을 놓칠 때 어떤 일이 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진 후보가 당초 한나라당 공천을 원했다는 후문에 "후보 공천과정을 평가해야 한다"라는 반성도 나왔다. 이와 함께 "PK 지역에서 '한나라당 프리미엄'이 크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도 광주지역 기초의원 선거 2곳에서 열린우리당이 내천한 후보들이 당선되자 곤혹스러워 했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공교롭게도 '우리당' 내천자들의 기호가 민주당의 전통적 번호인 기호 2번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충청권에서 자민련이 약진한 것을 두고 "노무현 신당 창당으로 신 지역주의가 현실화했다"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해 "광주의 선거 결과는 지역주의에 의존하려는 세력에 대한 경고"라고 반박하며 자축했다. 비록 기초의원 선거고, 투표율이 낮아 전체 민심의 척도로 간주하긴 무리가 있지만 호남에서의 승리에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이번 선거는 지역정당에 대한 조종소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대구시의원에 우리당을 표방한 무소속 정기조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를 이긴 것도 신선하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4곳의 기초자치단제장 중 음성군과 계룡시 2곳에서 승리하자 "내년 총선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며 기뻐했다. 김종필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충청 도민들의 성원과 마음을 잘 읽어서 앞으로 우리 당이 충청도민을 대변하는 정당일 뿐 아니라 국정의 중심을 잡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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