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장병욱 이윤섭 옮김 창해발행·1만8,000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받은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중동 보고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다가 1988년 말 워싱턴으로 돌아오기까지 10년 간 중동을 누비면서 취재한 현지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다시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눈에는 시차가 느껴지지만 오늘날 중동 사태의 뿌리와 내막을 보여주는 기록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다양한 개인적 관찰과 인터뷰를 섞어가며 간결하고도 힘있게 써서 긴박감 넘치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프리드먼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유대계 미국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예컨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해결책으로 팔레스타인에 비폭력 저항을 주문하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의 열망을 헛된 '무지개'라고 폄하한다. "미국은 아랍과 이스라엘을 미국 방식대로 이끌고 나갈 수 있다"면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미국의 오만이 느껴진다. "필요하다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국가 지도자들의 목숨이나, 정치적 안정을 위협하는 작전을 실시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면서 리비아 지도자 가다피가 머물고 있는 텐트를 폭격한 레이건 정부의 작전을 칭찬하기도 한다. 등골이 서늘하지 않은가.
이 책은 '중동 지역 이해의 필독서'라는 찬사와 함께 1989년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한국 독자로서는 그런 평가에 비판적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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