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여야가 상호폭로전을 통해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을 고구마줄기 캐듯 잇따라 실명으로 거론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검찰 수사가 SK에서 5대그룹 등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으로 거론된 그룹들은 31일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어려운 경제를 감안할 때 정치권이 타협해 비자금파문이 조속히 수습돼 생산과 투자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10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삼성은 이중 7억원은 계열사들이 법정한도안에서 기부했으며, 나머지 3억원은 퇴직 사장 2명, 현직사장 1명이 개인돈으로 냈다고 해명했다. 삼성측은 민주당에서 먼저 10억원을 요청했으며, 그룹구조조정본부가 3억원을 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삼성측은 민주당이 요구한 액수가 법인 명의로 제공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개인 명의로 냈으며 개인명의도 법에 따른 합법적 자금이라고 덧붙였다.
LG측은 "민주당에 준 자금은 전액 계열사들이 정치자금법상 영수증을 받고 제공한 돈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교회헌금처럼 소득공제도 받는 이 같은 정치자금이 문제가 된다면 정치자금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도 민주당에 10억원을 제공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법인의 기부금 법정 한도인 2억5,000만원을 지키기 위해 계열사별로 나눠서 합법적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 제공된 대선자금 규모에 대해 "10억원은 넘지만 분명히 100억원은 안된다" 고 말했다.
롯데측은 "그룹 특성상 정치자금 문제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검찰이 어떤 잣대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지 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치권의 정치자금 폭로전에 대해서는 "해당기업을 죽이자는 것"이라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대선만 지나면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인이 단죄받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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