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국악경연대회 심사비리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악계의 추악한 모습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인간문화재인 거물급 국악인사들의 연이은 사법처리의 시발점은 지난 6월. 판소리 인간문화재인 조상현(64)씨가 1998년 11월 광주국악대전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입상을 대가로 참가자 2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경찰에 흘러 들어간 것. 대통령상을 놓고 2명에게 동시에 사례금을 요구하는 '이중 플레이'를 시도했던 조씨는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 결국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고개를 떨궜다.
이어 국악대회를 둘러싼 뒷돈거래와 심사비리 등이 국악계를 강타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호남지역에서 열리는 20여개 국악대회가 심사위원들의 담합과 뇌물잡음이 있다는 첩보와 혐의를 입증할 증언이 줄을 이었다. 실제 신모(62·여)씨 등 심사위원 20여명이 뇌물스캔들에 연루됐고 이로 인해 국악계는 홍역을 치렀다.
급기야는 여류명창의 최고봉으로 서편제로 불리는 강산제의 대가인 성창순(69)씨 부부의 뇌물스캔들이 터졌다.
성씨가 99년부터 국악대회 판소리 부문 대통령상 수상자 등 3명에게 시상금을 되돌려 받은 사실이 들통난 것. 특히 남편인 대한전통예술보존회장 양모(72)씨와 짜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한 한일 합작 신창극 '현해탄에 핀 매화'를 공연하면서 외교통상부와 광주시 등으로부터 각종 지원금 14억여원을 타낸 뒤 이중 3억8,000여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성씨는 국악발전에 공헌한 바가 크다는 이유로 구속은 면했지만 자신의 55년 소리인생에 '돈 도둑'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심지어 심사위원들이 수상 사례금을 선불제와 후불제로 동시에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현금으로 전달된 부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사례금이 어떻게 뇌물이냐'고 되묻는 사람들까지 있어 어안이 벙벙했다"고 털어놓았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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