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보유세 강화방안을 전격 발표한 것은 '10·29 대책'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릴 수 없다는 비판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에 이어 보유비용까지 확실히 올려, 다주택자들이 거주분이 아니면 '안 팔고는 못 배기도록' 만들겠다는 의도이다.이번 조치로 내년 서울 강남지역 보유세는 지금의 2∼3배 가량 오르게 된다. 이는 재산세의 절대액수가 적은 현실을 생각하면 큰 부담이 아니지만, 2005년부터 재산세 과표가 기준시가로 바뀌고 비거주 주택에 대해 최고세율 7%(또는 5%)를 부과키로 함에 따라 투자목적의 강남 아파트는 보유세가 지금보다 수십배 이상 오를 전망이다.
내년 세부담 얼마나 느나
종토세 과표현실화율(공시지가 대비 과표 수준)이 3% 포인트 인상돼, 39.1% 수준까지 올라간다. 여기에다 과표 기준이 되는 건교부 공시지가도 지난 6월 평균 10% 올랐기 때문에 전체 과표가 크게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강남구의 경우 52.3% 상승한다. 은마 31평형의 올해 종토세 납세액은 18만4,000원(과표 3,707만원)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33만9,000원(과표 6,043만원)으로 올라간다.
또 건물분에 대한 재산세 과표도 대폭 현실화한다. 지금은 과표 산정 때 가감산율 적용을 주로 면적기준(예를 들어 100㎡ 초과 5∼60% 과표 가산)으로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국세청 기준시가 기준(㎡당 100만원 초과시 5∼60% 가산)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은마 31평형은 지금은 평수가 작아 가산율 적용을 받지 않지만, 내년에는 시가가 과표에 반영돼, 재산세가 8만7,000원(과표 1,364만원)에서 17만3,000원(과표 2,372만원)으로 2배가 된다. 정부는 가산율 최고세율을 60%에서 100%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은마 31평의 재산세는 22만8,000원(2.6배)까지 올라간다.
이에 따라 은마 31평형의 전체 보유세는 27만1,000원에서 51만2,000원(1.9배)으로 올라가며, 은마 42평형은 52만9,000원에서 125만5,000원으로 2.4배가 된다. 그러나 강북은 보유세가 지금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세부담은 더 늘어나
2005년에는 보유세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난다. 종토세 과표현실화율이 일거에 50%로 법정화하고, 재산세는 건축원가를 반영하는 신축건물가액이 ㎡당 17만원에서 46만원으로 인상돼 과표가 2.7배 올라간다. 정부는 과표가 급격히 상승하는 만큼,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에 대해 세부담이 가중되는 방향으로 내년 중 세율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의 이번 조치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2005년부터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7%(또는 5%) 단일세율로 중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점. 이 경우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은마 31평의 경우 2005년 과표는 대략 6,423만원(2004년 과표 2,379만원x신축건물가액 인상분 2.7배)이 되며, 여기에 7% 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은 449만원, 5%를 적용하면 321만원으로 지금보다 각각 52배, 37배가 늘어난다.
특히 현재 재산세 과표에서 감산율을 적용받고 있는 소형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신축건물가액이 2.7배 오를 뿐 아니라, 과표에 시가가 반영(60% 가산율 적용)되면 세금이 100배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도입은 국회에서 법을 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다, 강남 아파트 보유자들의 조세저항도 거셀 것으로 보여 2005년 10월 시행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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