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륵 지음, 정규화 옮김 계수나무 발행·1만원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의 작가 이미륵(1899∼1950·사진)은 스무 살 때인 1919년 3·1 운동에 가담했다가 일제 탄압을 피해 조국을 떠나 독일에 정착했다. 그는 평생 조국을 그리워하며 우리나라 풍습과 산하, 그리고 인정을 담은 작품을 썼다. 그는 독일어로 글을 썼는데, 유려하고도 간결한 문장으로 유명하다. 1946년작 '압록강…'은 유럽 신문에만 약 100편의 서평을 받을 만큼 대단한 찬사를 받았고 독일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미륵 문학 선집'으로 지난해 이 작품을 출간한 계수나무 출판사가 두 번째 책으로 '어머니'를 냈다. 한일합방 직후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이다. 양반집 아들인 주인공은 어머니가 곡식을 훔친 하인을 경찰에 넘기자 반감을 느낀다. 한 식구 같은 하인을 어떻게 신고하느냐는 생각에 어머니를 멀리 한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아들이 배우는 신문물과 신식 학문이 못마땅하다. 어느날 뜻밖에도 아들이 어머니를 따뜻하게 포옹한다. 그러나, 바로 그날 아들은 집을 나가 버린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아들은 먼 타국에서 어머니의 부음을 듣는다.
이 작품에서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으면서도 가슴 속에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을 품고 있다. 양반과 천민의 신분제도, 지주와 소작인의 인간적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윤리 등 한국 전통문화와 풍속이 전통적 가치관과 근대문물이 충돌하는 시대 배경 속에 녹아있다.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한국의 어머니를 그려내고 있다. 한 줄 한 줄 아껴가며 읽고 싶은 명작이다. 초등고학년 이상.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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