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시, 민중시인이라 불렸던 그런 시나 시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소?"백기완(70·사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대 한국 시단의 흐름을 이끌었던 민중시가 사라진 것은 '민중시인들의 관념적 배신' 때문이라고 질타하고 나섰다. 그는 시 전문 문예지 '시경' 2003년 하반기호에 실린 시인 홍일선씨와의 대담에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민중적 현실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민중은 도리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민중시와 민중시인이 없어졌다"면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지난날의 이른바 민중시, 민중시인들이 오늘의 민중을 배신하고 있다는 말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네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한 그는 "민중시인을 자처하던 사람의 머리 속의 배신, 관념적 등빼기의 현상이지, 그 외에는 아무 뜻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련이 망했다는 건 소련 공산당의 부패 때문에 (한 체제가) 무너진 것이지 인류의 보편적 염원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미국 독점자본의 승리가 역사의 당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허무주의"라며 "그렇게도 많던 우리나라 민중시인들이 이제는 몇몇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모두 허무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의 민족문학 진영이 활로를 되찾기 위해서는 "민중시를 다시 쓰라는 얘기가 아닌, 시인들이 진짜 민중적 현실에 뛰어드는 삶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씨는 이와 함께 미당 서정주 시인에 대해 "서정주는 문학인도 아니고 시인도 아니다. 그는 시를 만드는 재주꾼"이라며 "시라는 것은 사람의 혼백이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경지인데 그는 혼백이 없다. 서정주는 시인이었어도 안되고, 시인으로 평가 받아서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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