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 파병을 위한 2차 정부합동조사단이 어제 현지로 떠났다. 파병 형태와 규모, 시기 등을 선택하는 데 준거가 되도록 현지 사정을 종합 파악하는 임무다. 전투병 파병에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파병 부대에 의무·공병과 민간 지원인력 등 비전투 요원을 얼마나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한 가를 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치안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어 정확한 사태 파악이 한층 절실해졌다.이와 관련해 조사단 부단장인 외교통상부 아중동국장이 30일 바그다드 주재 우리 대사관 직원이 이라크인들에게 납치돼 이라크를 떠나라고 협박 당한 사실을 뒤늦게 밝힌 것은 우선 놀랍다. 민간기업 직원도 같은 협박을 받았고 무역투자진흥공사 사무소는 총격까지 받았다고 한다. 정부가 심각한 치안 불안, 특히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위협 요소를 숨겨 온 것을 자인한 셈이다.
다른 한편 현지조사를 떠나면서 이를 공개한 의도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민간인 등 비전투 요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규모의 전투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리 인식시키려는 의도라면, 2차 조사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파병을 바꿀 수 없는 전제로 놓고, 현지 상황을 무시한 채 전투병과 비전투 요원 비율을 적당히 조정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테러 공세에 휘말린 바그다드는 물론이고 이라크 전역이 전선없는 게릴라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세계는 충격 속에 지켜보고 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잇따라 철수하는 것이 그에 따른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인들이 한국군에는 우호적이라는 따위의 피상적 보고에 의존해 파병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선 이라크 정세의 향방이 분명해질 때까지 모든 결정을 미루고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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