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천안-아산 '크리스탈 밸리'가 있다면 LG엔 파주 '크리스탈 파크'가 있다.세계 TFT-LCD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뜨거운 1위 승부를 벌이고 있는 LG필립스LCD는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 조성될 5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에 대규모 TFT-LCD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투자규모만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 TFT-LCD 공장은 내년 6월께 착공돼 2006년 하반기부터는 본격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회사측은 "아직 투자규모와 생산시설수준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 탕정공장과 같은 7세대나 혹은 이 보다 한 단계 높은 8세대 생산라인이 구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6세대 라인까지는 종전 구미공장에 투자하고, 파주공장은 7세대 이상 라인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파주에는 LG필립스LCD외에 관련 부품업체도 상당수 입주할 예정이어서, 북부 수도권지역 최대의 첨단 산업단지로 자리잡게 된다.
파주 LCD단지 조성은 지방자치단체와 국내 대기업, 해외자본 등 3자가 함께 만들어낸, 지자체 투자유치의 가장 성공적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파주단지에 LG필립스LCD 공장을 유치키 위해 LG 최고위층은 물론 네덜란드 필립스 본사를 직접 방문, 최상의 행정지원와 인프라 제공을 약속하는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LG필립스LCD측은 파주 크리스탈 파크가 삼성전자의 천안-아산 크리스탈 밸리보다 몇가지 점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과 인접해있어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유리하다"며 "인천공항 서해안고속도로 등 물류여건이 좋고 향후 남북연결철도 및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와 연계 추진하는데 탁월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탈 밸리와 크리스탈 파크는 앞으로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경쟁이 기대된다. 세계 TFT-LCD 시장의 1위 자리를 놓고 펼칠 삼성과 LG의 첨단기술 전쟁, 합작파트너로 참여한 소니-필립스의 맞대결, 그리고 막대한 투자유치를 통해 부가가치와 고용증대의 과실을 기다리는 충남도와 경기도의 행정서비스 경쟁까지, 국내업계는 물론 세계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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