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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전찬일과 극장 가기-정사

입력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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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개봉되는 영화를 두고 다양성 결여 운운하기 힘들지 않을까. 드라마틱한 개인사와 시대사를 탁월하게 결합한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이나, 통속적이기 짝이 없는 3개의 이루어지지 않는 러브스토리를 기상천외한 상상력, 통찰력에 지적 감흥 물씬 풍기는 스타일 및 내러티브 구조로 펼쳐보이는 기타노 다케시의 비범한 걸작 ‘돌스’ 등 지난 주 선보인 외국 영화들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 이번 주에도 그 다양성을 한층 두텁게 할 외국산 수작들이 가세한다.2001년 5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 여우주연상(은곰상) 등 3관왕을 차지했으나, 그 동안 수입추천 장벽에 걸려 일반개봉이 번번이 좌절되었던 바로 그 영화, ‘정사’(Intimacy)가 그 첫 타자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중년의 남녀가 만나 섹스를 벌인다. 제이(마크 라일런스)와 클레어(케리 폭스).

감독 파트리스 셰로(‘여왕 마고’)는 그 두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극사실주의적으로, 혹은 포르노그라피적으로 포착.묘사한다. 그 노골성은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쯤은 “저리 가라”다. ‘감각의 제국’, ‘로망스’ 등에 버금간다. 따라서 오럴 섹스 등을 주연 배우들이 실연했다느니, 2시간의 상영시간 중 섹스 장면만 무려 35분에 달한다는 등 영화에 대한 주된 관심이 온통 섹스에만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사’는 그러나 우리말 제목과는 달리 결코 단순한 성애 영화는 아니다. 감독이 주장하듯, 포르노그라피는 더더욱 아니다. 영화는 육체적 인티머시(친밀함)를 넘어 정신적 인티머시로 나아가는, 하지만 끝내는 그로 인해 헤어지게 되는 기념비적 관계의 드라마이다.

인물의 성격화는 말할 것도 없고 말로 형용키 힘든 두 배우의 열연,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 보기의 감흥을 보장하는 음악 효과 등 미덕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들의 질펀한 육체의 향연에서도 짙은 페이소스 내지 슬픔, 감동을 맛볼 수 있을 터이다.

‘마흐말바프 5인 패밀리’ 중 엄마 마르지예 메쉬키니가 첫 연출한 ‘내가 여자가 된 날’은 ‘정사’와는 전혀 다른 층위의 페이소스를 선사하는 수작이다. 전혀 다른 세대와 배경,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여자라는 숙명의 끈으로 묶여 있는 동시대 세 여인에 관한 감동의 드라마. 영화는 주로 현실비판적 소재 및 주제로 높은 점수를 받곤 하는 여타 이란 영화들과 달리, 화면의 질감 및 극적 설정, 이야기구조, 편집, 음악연출 등에서 흔치 않은 영화적 성취를 뽐낸다.

‘러브 스토리’의 라이언 오닐을 비롯해, 알 파치노, 킴 베이싱어 등 출연진이 단연 눈길을 끄는 ‘목격자’는 실존했던 유명 PR 로비스트의 뉴욕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추적한 음모와 살인의 미스터리다. 영화 전반을 관류하는 그 데카당스, 허무의 아우라가 지금도 삼삼한 흥미만점 미스터리물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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