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 세력을 겨냥한 거침없는 독설로 이름이 알려진 좌파 칼럼니스트 진중권(40)이 'EBS 기획시리즈'에 직접 출연해 강연한다.'EBS 기획시리즈'는 도올 김용옥, 박석무, 백기완 등 소문난 논객들이 거쳐간 인기 강연 프로그램이다. 그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사 저변에 흐르고 있는 미의 기준 등 쉽고 재미난 미학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전할 예정이다.
강연 주제가 미학이라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자유대 철학과에서 미학, 언어철학 등을 전공한 그는 사이버 논객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3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미학오디세이'의 저자라는 또 다른 직함을 갖고 있었다.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그의 방송 데뷔에 관심이 모아졌다. 인쇄매체와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 강한 정치적 당파성을 드러내온 그가 지상파 방송으로 발언대를 넓힌 것으로도 비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객이 아니라 미학 연구자 진중권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진중권도 "논객으로서의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쓴 정치적 글들의 독자층과 '미학오디세이'의 독자층은 확연하게 나뉜다"며 강의 주제는 미학에 한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찬모 PD는 "진중권을 섭외했다는 얘기를 듣고 윗분들이 적지 않은 걱정을 했다"는 뒷얘기를 소개하며 "진씨가 TV에 걸맞은 강연실력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섭외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EBS 스튜디오에서 첫 녹화를 마쳤다. "돈 내고 강의 들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일반 방청객을 대상으로 강의하려니 더욱 힘들더군요. 인쇄매체에 쓰듯 오밀조밀하게 제 생각을 담기보다 큰 줄거리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논객으로서의 그는 골수 지지자와 반대자가 극명하게 나뉘는, 개성이 강한 필자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도서관에 갇혀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자신을 그저 '공부하는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강연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미학은 추상적이어서 일반인은 어렵게 느끼지만,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면 흥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인문학의 저변이 조금이라도 두터워졌으면 해요. 그것이 바로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니까요."
그가 '미학의 눈으로 읽는 서양예술사'란 이름으로 하루 30분씩 풀어 나갈 미학 강연은 11월3일부터 매주 월∼수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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