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수녀원에 입회하던 그날을 기억하세요? 몹시도 반대하시던 아버지 몰래 도망가듯 대문을 나선 저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지요? 아버지가 달려 오셔서 저를 잡을까 두려워 달리듯이 집을 나섰기 때문이에요."(최주영 수녀·살레시오 수녀회)세속의 삶을 떠나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여성 성직자들이 소중히 간직해 온 출가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천주교 수녀, 불교 비구니, 원불교 교무 등 12명으로 구성된 삼소회(三笑會) 회원들이 '출가'(도서출판 솝리 발행)를 통해 처음으로 고백하는 사연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적신다. 출가의 변(辯)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참 드문 일이다.
책에는 출가를 결심하게 된 순간들이 솔직하게 나타나 있다. "아홉 살 때 아버지와 함께 진주 삼선암에 갔다. 노스님께서 처음 본 나에게 대뜸 '너는 중이 되어야 해'하고 잘라 말했다. 그 후로 그 말씀은 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열 여섯 살 때 혼자서 노스님을 뵈었는데 그때도 똑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은 그대로 내 가슴에 꽂혀 그 길로 아버지에게 말씀 드리고 나서 머리를 깎았다. 남들은 많이 운다고 하는데 나는 그저 시원하기만 했다. "(혜조 스님·서울 청룡암)
남몰래 간직해 온 아픈 기억들도 밝혔다. 출가 결심을 밝혔다가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기도 했고, 자신의 출가 후 병석에 누운 아버지가 1년 만에 돌아가셔서 회한에 젖기도 했다. 잘 안 먹는 자신을 구박하면서 "절에 가서 중이나 돼라"고 했던 오빠가 "내 말이 씨가 되었다"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 일도 있었다.
김지정 교무(도서출판 솝리)는 "책을 내게 된 것은 종교가 세상의 청량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반성으로 출가를 결심하게 된 첫 마음을 되돌아보고 성자들이 말한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 수익금은 이라크 난민 돕기에 쓸 계획이다.
1988년 종교간 화합을 위해 창립된 삼소회의 회원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매달 한 번씩 성당, 사찰, 교당을 돌아가며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내달 11일에는 세계 평화와 종교간 화합을 위해 백일기도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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