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답답하다. 그동안 예고된 그렇고 그런 내용들이 '주택시장안정종합대책'이란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이것으로 과연 집값이 잡힐까?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집값랠리'는 그동안 서울 강남과 충청도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불타 올랐다. 서너 차례 주택시장과 정부대책 간에 장군멍군식 공방전이 있었지만, 상승세는 멈출 줄을 모른다. 지난 한 해 동안 강남 지역에서만 수십조 원에 가까운 불로소득이 창출되었다.
이것은 거품이다. 국토연구원의 분석에서도 강남 집값의 40%가 거품이라고 한다.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거품'은 이보다 더 하다. 이 거품이 꺼져야 한다. 다시 말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 이상으로 왜곡된 가격구조를 바로 잡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은 그런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발표된 종합대책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보유세 인상, 주상복합의 분양권 전매 제한, 무주택자에 대한 우선 배정 등이 골자인 듯하다. 그리고 주택거래신고제를 새로이 도입하기로 하였다.
정부로서는 시장기조의 틀을 뒤흔드는 조치를 피하면서 투기의 바람을 잡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예고했던 대책으로서는 알맹이가 허전하다. 집값 파동의 원인은 복합적인데, 해법은 아파트 관련 규제로 제한적이다.
특히 아쉬운 것은, 투기수요를 잡는데 급급한 바람에 시중에 떠도는 엄청난 부동자금을 사업자금화 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근본적인 경제구조적 접근대책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이다. 때문에 투기자금이 규제가 덜한 '땅'이나 '상가' 쪽으로 방향을 틀거나 또는 일시 잠복했다가 다시 나타날 개연성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교육문제, 재건축 등에 대한 대책이 전부 추후 검토사항으로 넘어갔다. 나는 2단계 대책으로 언급된 재건축, 분양가 제한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도 시급하다고 본다.
건설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향후 4년간 서울에서 지난 3년치의 14배인 10만6,000가구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재건축, 리모델링 등은 도시재생의 큰 그림 아래 검토되어야 한다. 재건축은 인구증가에 따라 교통 등 도시인프라의 부담을 지운다. 따라서 부담금이나 개발이익의 징수를 통해 억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강남의 재건축은 땅값을 올리고 주변의 기존 아파트 시세를 자극하여 왔다.
우리의 집값파동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란 경제원론적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급 측면을 보면 그동안 매년 전국에 60만 호의 주택이 공급되었다. 곳곳에 아파트,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주상복합의 건설 붐이 계속되었다. 재건축에서 촉발된 투기 바람이 아파트값을 부추기고, 주택업자들은 분양가를 올리면서 거품을 확대재생산해 온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투기세력의 작전과 '바람'이 있었다.
이로 인한 시장실패에 정부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계속 시장자율을 외치며 미적거리는 사이에 강남 집값은 평균 두 배가 뛰었다. 게다가 행정수도이전이란 소재가 충청권 집값에 불을 당겼다. 예를 들면 오송지역은 땅값이 10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이쯤 되면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의 대책내용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의지도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다음 단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주택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보금자리이고 목록 1호의 재산이다. 이것이 투기꾼의 노리개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간극을 넓히는 발판이 되어서도 안된다. 불만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번 대책의 효과를 기대해 본다.
이 건 영 단국대 교수·전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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