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가 본고장 미국 시장에서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의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빼앗으면서 미·일 자동차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일 자동차 전쟁은 최근의 엔·달러 환율공방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데다가 IT, 환경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자동차의 실용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일본세의 약진
도요타는 지난 8월 미국 시장 판매대수가 11% 급증해 처음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3사 판매대수를 합치면 미국 시장에서 일본세가 2위인 포드를 누르고 1위 GM을 추격하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세계 전체 신차 판매 대수를 보아도 도요타는 338만대를 팔아 1위인 GM의 427만대, 2위인 포드의 344만대에 바싹 다가서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미·일의 경제전문 미디어들은 올 한해 도요타의 판매대수를 670만대로 보고 포드와 도요타의 역전은 시간문제로 예상한다.
또 상반기 도요타 9%, 혼다 4.8%, 닛산 6.8% 등 일본 3사는 모두 판매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세이지만,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는 각각 0.4%, 2.4%, 7%씩 감소했다. 지난 2분기(4∼6월) 순이익을 보아도 도요타가 18억5,400만 달러로 GM의 9억100만 달러를 앞섰고, 혼다는 8억4,800만 달러로 4억1,700만 달러의 포드를 눌렀다.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 P)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신용등급을 BBB로 매기고 있지만 도요타는 최고등급인 AAA이다.
경영악화로 포드가 북미 5개 공장의 폐쇄와 3만5,000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해놓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도요타와 닛산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픽업트럭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소형차, 중형자, 스포츠 다목적차(SUV), 고급차 등 모든 승용차 시장을 잠식한 일본세가 미국 빅3 최후의 보루인 픽업트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환율공방
일본차의 미국 안방 질주로 인해 지난 25일 개막한 도쿄(東京) 모터쇼에 참가하고 있는 미일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환율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GM의 존 디바인 부회장 겸 CFO(최고재무관리자)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간 엔화를 약화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때문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대당 3,000달러의 막대한 이익을 얻는 불공평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만약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된다면 엔·달러 환율은 1달러 당 100엔 이하로 떨어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 사장은 "엔화는 절상되기보다는 절하돼야 한다"면서 "일본과 미국의 노동비용 차이를 고려할 때 엔화는 달러 당 110∼120엔 사이가 적당하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동차업계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일본의 환율개입을 견제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미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자동차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일본차가 잘 팔리는 것이지 환율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1995년 일본차의 미국 수출이 급증해 양국간 무역마찰이 격화했을 때 미국측 요구를 수용해 미국 현지공장을 대폭 늘려 일본차 업체는 이미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미국 기업의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미국 내 생산대수가 1995년 73만대에서 현재 121만대로 늘어나는 등 일본 업체를 압박하면 미국 내 종업원과 딜러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맞서고 있다.
IT·환경기술 경쟁
11월5일까지 열리는 도쿄 모터쇼에서는 IT와 환경기술을 활용한 미일 업체간의 차세대 자동차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전기와 가솔린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카, 연료 전지차 등의 신형 모델을 앞 다투어 내놓고 눈길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02년 도요타와 혼다가 경제산업성에 연료전지 승용차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납품했고 지난 여름부터 도쿄 중심가에서 연료전지 버스를 시범 운행하는 등 일본은 이 분야에서도 선수를 두어왔다.
일본에 맞서 GM은 연료 전지차 보급을 위해 수소 공급소를 미국 전국에 구축하는 인프라 선점을 꾀하면서 일본이 강점을 지닌 하이브리드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연료전지차로 넘어가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지난 2월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2006년부터 연비 규제를 강화해 연료 전지차의 실용화를 촉진할 예정이다. 일본 업체들은 또 차간거리가 충돌 위험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안전카 등 특유의 IT기술을 도입해 안전기능을 강화한 신형차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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