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이 집값을 현상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시민들이 경제팀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진 경기상황을 고려, 집값의 급락을 몹시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번 종합대책이 백화점식 대증요법에 치우친 것도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과 시민단체 등은 '경기'가 아닌 '경제'를 생각해 이번 기회에 반드시 부동산 버블을 잡아야 한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정부의 인식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경기 감안해 집값 연착륙 유도
정부는 29일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경기 회복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책 수위를 조절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목적이 집값을 확실히 떨어뜨리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실제로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최소한 집값이 오르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거나 급격히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 역시 30일 방송 인터뷰에서 "집값이 지금보다 오르면 2단계 조치를 취하겠지만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안 그래도 심각한 경기 침체와 실업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배경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들어 수 차례 반복된 대책들이 효과가 없자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버블론을 제기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려는 심리전을 펴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국내 집값이 과거 일본의 버블처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경제팀 퇴진 등 시민항의 빗발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지금처럼 희석되면 숨죽이던 투기세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과 무기력한 경제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과 시민의 힘 등 5개 단체는 31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정부 성토 및 근본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기로 했다. 행사를 준비 중인 대구가톨릭대 전강수(경제학부) 교수는 "집권 이전부터 부동산 투기 근절을 공약해온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라고 보기엔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이번에 제시된 세부담 강화, 주택담보대출 비율 축소 등은 급한 불을 끄겠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의 뉴타운 대책에 대해 "재정과 교육 부문의 지원이 빠져 있어 강남의 수요를 억제하기엔 크게 미흡하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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