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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43>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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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43>키츠

입력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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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년 10월31일 영국 시인 존 키츠가 런던에서 태어났다. 1821년 로마에서 몰(沒). 키츠의 생애에는 '낭만주의 시인'과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상투적 이미지들이 버무려져 있다. 키츠는 우선 가난하게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런던의 마부였다. 키츠는 열네 살에 고아가 되었다. 뒷날 그의 추억을 '애도네이스'라는 작품에 담은 퍼시 비슈 셸리를 비롯해 윌리엄 해즐릿, 윌리엄 워즈워스 등 당대 영국의 대표적 문인들과 교분이 있었지만, 키츠는 그들에 비해 너무 초라한 자신의 출신 성분을 평생 괴로워했다. 그는 유일한 사랑이었던 약혼녀 패니 브론과 결국 결혼하지 못하고, 25세를 막 넘긴 뒤 이국 땅에서 요절했다.요컨대 키츠의 생애는 그리 유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짧은 생애는 19세기 영국 시문학의 순금 부분을 대표한다. 키츠의 생애와 작품들은, 일찍 절필해버린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경우와 더불어, 예술적 역량이 나이와 함께 무르익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키츠가 유언으로 남긴 자신의 묘비명은 "여기, 이름을 물 위에 새긴 사람이 잠들다"였다.

영국 낭만주의 시의 가장 높은 봉우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오오 아티카의 형체여! 아름다운 자태여!/ 대리석의 남자와 여자를 섞어 조각한/ 숲의 나뭇가지들과 짓밟힌 잡초로 장식한/ 말 없는 형상이여, 너는 영원이 그런 것처럼/ 우리를 생각이 미칠 수 없게 괴롭히는구나, 차가운 목가여/ 노년이 이 세대를 황폐케 할 때/ 너는 우리의 고통과는 다른 괴로움의 한 가운데/ 인간의 친구로 남아 인간에게 말하리/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가 아름다움'이라고, 이것이/ 너희들이 세상에서 아는 전부고 알아야 할 전부니라."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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